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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경질!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대단히 죄송하다”


입력 2024.02.16 14:58 수정 2024.02.16 15:5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임원 회의 마친 뒤 정 회장, 클린스만 감독 경질 공식발표

"조직의 수장으로서 비판과 질책 겸허히 수용하며 사과"

공식 발표에 앞서 클린스만 감독에게 전화로 경질 통보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 뉴시스

예상대로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자리에서 경질됐다.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KFA) 임원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를 진행했다. 2시간 여의 회의를 마친 정 회장은 오후 2시30분경 직접 입장 발표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먼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축구팬, 축구인, 국민들께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드리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논의했고, 오늘 오전 협회 집행부 임원진들과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고 논의를 진행했다.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발표 직전 SNS에 대표팀이 모인 사진을 올리며 “모든 선수와 코치진, 모든 한국 축구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까지 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셔서 고맙다. 준결승전 전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무패 행진과 함께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계속 파이팅”(Keep on fighting)이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의 사임을 암시하는 글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님이) 회의가 끝난 뒤 감독과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식 발표에 앞서 당사자에게 먼저 설명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알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에서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지만, 4강 요르단전에서 굴욕적인 졸전 끝에 0-2 참패했다. 당시 피파랭킹 87위팀을 상대로 같은 대회서 두 번째 대결을 치르면서도 클린스만의 유의미한 전술은 없었다.


4강까지 올라오는 과정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좀비축구’로 포장됐을 뿐, 경기 내용은 수준 미달이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PSG) 등 역대급 전력을 보유하고도 매 경기 고전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이 꼽힌다.


요르단전 직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이른바 '탁구 논란'으로 충돌했고, 손흥민 손가락이 탈구되는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선수단 관리능력 부재까지 더해져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요구는 더욱 힘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직전 '아시안컵, 우승 외에는 의미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에는 ‘아시안컵에서의 장단점을 철저한 분석해 북중미월드컵 예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대한축구협회와 분석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이틀 만에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전력강화의원회에도 온라인 화상으로 참여해 자신의 ‘무전술’에 대한 해명 없이 요르단전 전날의 선수단 충돌을 문제 삼으며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어찌됐든 클린스만과는 헤어졌다. 다음 단계는 새 사령탑 선임이다. 다음달 재개하는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의 2연전은 국내 지도자가 우선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일정상 너무 촉박하다.


한편, 정 회장은 최근 드러난 선수단 내 불화에 대해 “선수단 내부 문제가 불거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이 있었다”라며 “한 달이 넘는 긴 단체 생활과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이어온 가운데 예민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향후 대표팀 운영에서 중대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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