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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황근 "천안 바꾸려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바꿔야"


입력 2024.03.05 00:50 수정 2024.03.05 00:5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천안을' 토박이, 고향에 헌신 약속

국민의힘 1차 영입인재인데 경선

"역차별 이야기도 있지만

내심 경선이 좋겠다고 생각"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국민의힘 천안을 예비후보) ⓒ정황근 캠프

정치권의 '오래된 문법'은 좀처럼 바뀌는 법이 없다. 정부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꽃가마에 올라 여의도로 직행하는 일은 4년마다 들려오는 '돌림노래'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따금 험지를 자청한 인사가 새 역사를 써 내려가기도 한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충남 천안을 지역구로 하방했다. 고향이라는 상징성이 있긴 하지만, 천안을은 3차례 연속 여권이 패배한 험지로 꼽힌다. 충청을 고향으로 앞세운 윤석열 대통령조차 지난 대선에서 열세를 겪었을 정도로 야권 성향이 짙다는 평가다.


다만 현역 의원이자 총선 3연승의 주인공인 박완주 의원이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만큼, 민심 변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천안을 예비후보인 정 전 장관은 "어디로 가면 편할까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어려운 지역이라는 걸 다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출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재이지만 '윤심'과 거리를 두고 있는 공천 흐름과 맞물려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에 일각에선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허나 정 전 장관은 "내심 경선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선에서) 천안 시민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본선에) 나가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원 20%, 일반 국민 80%로 치러지는 이번 경선 결과로 본선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셈이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정 전 장관은 대전고,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했다. 20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농림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줄곧 해당 부처에 몸담으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방대학원 국방관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한 그는 농식품부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으며, 이후 대통령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농촌진흥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그는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초빙교수, 국가농림기상센터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던 양곡관리법 저지 등에 역할을 한 그는 지난해 말 장관직을 내려놓고 총선 준비에 주력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역 주민들을 만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국민의힘 천안을 예비후보) 내외 ⓒ정황근 캠프
Q. 엘리트 관료로서 장관까지 역임했다.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데, 정치라는 낯선 공간에 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있나.

"솔직히 일찍부터 당에서 천안 출마 요구가 있었다. 민주당이 천안 3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데, 천안을에서 바람을 일으켜야 천안 3개 지역구가 움직이고, 충청 전체 선거 구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뜻이 없다며 고사했는데, 당에서 계속 설득했다.


장관을 하면서 봐온 야당 행태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때 크게 데었다. 양곡법은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기도 하다. 양곡법은 우리 농업에도 농민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막기 위해 9개월가량 고생했다.


예결위나 본회의에서 마주한 야당 행태는 당리당략이 엄청 심했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국회의원들이 다 잊어버린 것 같았다.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도 밀알 한 톨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Q. 고향이 천안을에 위치한 성환읍이라지만, 민주당이 총선에서 3번 연속 승리한 지역구다. 만만찮은 도전이 될 것 같은데.

"지난 대선에서 천안 전체적으로 보면 윤 대통령이 약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천안을에서는 4%p 뒤졌다. 어려운 지역이라는 걸 다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출마한 것이다. 장관을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은 욕심낼 것도 없지 않나. 어디로 가면 편할까, 이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천안 출신이라고 하지만, 지역구 토박이는 나뿐이다. 해방 이후 천안 출신 장관이 천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람도 내가 최초다. 고향에서 필요하다고 하니 결심한 것이다. 물론 선택은 우리 시민들이 해주실 것이다."


Q.이번 천안을 선거를 요약할 수 있는 한마디가 있다면.

"실용과 실사구시다. 천안은 영호남 관문으로서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좋은 지역이다. 현재 인구가 70만명인데 100만명으로 늘어날 잠재력이 있다. 다만 여러 인프라가 굉장히 취약해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지역발전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누가 더 역량이 있는지, 누가 더 중앙부처 가교 역할을 잘할지, 누가 더 국회 안에서 네트워크를 넓게 운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중앙과 지방이 소위 일을 하는 '맥', 저는 그것을 사무관 때부터 평생 해온 사람이다. 어디를 만져야 성과가 나온다는 걸 당연히 아는 사람이다."


지역 주민을 만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국민의힘 천안을 예비후보) ⓒ정황근 캠프
Q. 지역 발전을 견인할 구체적 구상은 무엇인지.

"제일 중요한 것은 127만평에 달하는 천안 종축장 관련 청사진이다. 종축장이란 축산 분야에서 우수한 '씨'를 만드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종축을 키우는 데 10~30년이 걸리고, 돈도 많이 투입된다. 종축장은 내 고향(성환읍)이기도 해서 너무 잘 안다. 어렸을 땐 종축장으로서 천혜의 장소였지만, 주변에 도로가 나고 아파트 생기다 보니 오염될 우려가 커졌다.


박근혜 정부 초대 농식품부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빈번히 발생했다. (종축장을) 빨리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종축장 지휘기관인 농진청장을 맡게 됐다.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전문가들도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때 단초를 마련했고 문재인 정부로 이어져서 전남 함평으로 오는 2027년까지 이전하게 됐다."


Q.종축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맞다고 보는지.

"지난해 3월 윤 대통령 주재로 국무위원들이 모여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천안 종축장이 15곳 중 한 곳으로 포함되는 데 역할을 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127만평을 산단 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된다. 천안을 떠나서 대한민국 수도권, 중부권에 이만한 규모의 평지 국유지는 이곳이 유일하다. 산단을 통해 천안 먹거리, 대한민국 먹거리를 키워야 한다. 해당 일대는 미래 모빌리티 산단으로 지정됐다. 모빌리티는 반도체와 연계돼 있다. 반도체,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대기업을 유치하고 여러 정부 지원을 확보해 중요한 산단으로 키우는 일을 제가 마무리하겠다."


Q.지역주민 밀착형 공약으론 무엇이 있는지.

"천안 시내 한복판에 업성저수지(성성호수공원)가 있는데, 유입되는 물이 거의 없다. 오염이 심하다 보니 여름엔 냄새가 나고 민원도 많다. 수질이 6등급까지 떨어졌었는데 개선 사업으로 나아졌다. 그래도 4등급 정도론 안 된다. 2~3등급은 돼야 한다.


약 1000억원이 투입되는 '천안·아산 북부지구용 농촌용수 이용체계재편사업'이라는 게 있다. 해당 사업 중 양전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사업이 내년 말이면 마무리된다. 양전저수지는 수질개선 사업을 2등급까지 끝내 놨다. 양전저수지에서 업성저수지까지 약 6㎞를 지하송수관으로 연결하면 깨끗한 물을 (업성저수지에) 공급할 수 있다. 한 달마다 저수지를 새로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당선되면 금년에 바로 사업을 확정하고, 내년에 설계 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겠다.


업성저수지 주변은 천안 시민들의 여가 문화공간으로 많이 개발돼 있다. 수질까지 개선되면 시민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 해당 지역에 '예술의 전당' 같은 문화시설도 마련할 생각이다. 세종 호수공원처럼 업성저수지 일대를 천안 시민들의 여가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


그 밖에도 아이들과 고령층을 위한 공약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24시간 응급진료 체계를 마련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할 생각이다. 고령층을 위해선 노인들이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노인전용체육관을 전국 최초로 만들 계획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국민의힘 천안을 예비후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국민의힘 천안갑 예비후보) 등이 4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중앙시장에서 호떡을 먹고 있다. ⓒ뉴시스
Q. 본선에 앞서 경선 통과가 먼저다. 윤석열 정부 초대 장관 출신 인사로 경선까지 치르게 됐는데.

"내심 경선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동훈 비대위 1차 영입인재 아닌가. (인재로) 영입했다고 전략공천을 하면 앙금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 어떤 분들은 역차별받는 것 아니냐고 하시지만, 다 수용하고 열심히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선에서) 천안 시민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본선에) 나가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고향 발전을 위해 쏟아붓겠다."


Q. 출마 지역구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경선 기간 중 네거티브를 삼가고, 경선 결과에 따라 승복 및 협력하자는 내용의 서약을 제안했다. 경선이 끝나면 골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나. 잘못하면 예선 여파로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전화하고 문자까지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 (상대 예비후보가) 언론을 통해 '이상한 제안이라고 본다'며 사실상 (서약을) 거절했다. 주변에서 '서약이 이뤄졌으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하나로 뭉치는 데 좋지 않았겠느냐'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Q.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안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저는 준비돼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있다. 선택해주시면 공약한대로, 천안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공직에 몸담았을 때처럼 올바르게, 명예롭게, 또 천안 시민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열심히 일하겠다.


우리 정치를 이렇게 놔두지 말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소위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다른 분야는 다 상식이 통하는 데 유독 정치만 상식과 거꾸로 가고 있다. 당리당략으로 막 나가던 (민주당의) 모습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우리 국가 발전과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를 위해 역할을 부탁드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 정황근 전 농림축식품부 장관(국민의힘 천안을 예비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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