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갑' 與김병민 후보, 오전 6시 어린이대공원부터
릴레이 '주민인사'…"나는 광진 토박이, 꼭 믿어달라"
광진구민들 "또 오셨느냐, 자주 보인다"면서 화답…
金 "한 번 더 뵙고 인사하면 진심 전달될 것 믿어"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병민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어제 왔던 분 아냐? TV에서도 자주 보이던데, 요새 더 자주 보이네"
22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갑에 다시 출사표를 쓴 김병민 국민의힘 후보가 인사를 건넬 때마다 들려온 답변은 "오늘도 또 왔느냐"였다. 이 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새벽 운동을 위해 어린이대공원에 나온 어르신들도, 출근을 위해 광나루역(5호선)에서 급하게 뛰어가다 김 후보를 알아본 행인도, 광나루초등학교에 아이를 등교시킨 뒤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던 학부모도, 심지어 광진구 새마을회관 지하에서 열린 노래교실에 있던 어르신들도, 김 후보를 보자마자 하나 같이 이처럼 말했다.
광진 주민들이 김 후보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실제로 김 후보는 새벽녘부터 밤의 끝까지 광진갑 소속 동네를 모두 돌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나고자 하듯 움직였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실제로 모든 분들을 만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여주고 인사하고 하면 진심이 전달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김 후보는 인사를 하는 내내 걸어다니지 않았다. 넥타이까지 착용한 정장을 입고도 낡은 운동화를 신은 이유 역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의 달리기가 시작된 곳은 14일 오전 6시 광진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에서부터였다.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출근과 등교를 준비하는 오전 6시가 어르신들이 이곳에 모여 아침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인사를 도와주는 3명의 구의원들과 함께 한 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어린이대공원을 부지런히 내달렸다. 매일 새벽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동호회가 2팀이나 있고, 아침체조를 하는 동호회가 6팀이나 있기 때문이다. 그 동호회 분들이 운동을 하는 시간이 제각각인 만큼 1분만 지체돼도 인사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김 후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였다.
대공원 내에 위치한 첫 번째 배드민턴장을 찾은 김 후보는 어르신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어르신들은 이 시각에 이곳을 찾은 김 후보가 어색하지 않은 듯했다. 이에 김 후보도 "오늘도 열심히 하고 계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어 "약속드렸던 마사토로 바꾸는 건은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어르신들은 "김병민만 믿는다"고 화답했다.
기체조와 생활체조를 하는 6팀의 동호회도 전부 만날 수 있었다. 본인을 군자동에 거주하는 '모험의나라 체조회' 회원이라고 소개한 70대 여성 김모씨는 "김병민 후보는 매일 오고 가끔 시간 날 때 같이 운동도 한다. 어르신 공경은 물론이고 어린이들도 엄청 공경한다"며 "계속 마주치고 얘기해보니까 올바르고 똑똑하다. 광진구에 대한 청사진을 얘기하는 걸 보니까 광진 살릴 유일한 분"이라고 말했다.
쓴소리를 하는 주민도 있었다. 운동을 하다 김 후보를 만난 60대 여성은 최근 급증하는 물가를 문제 삼으며 "나라가 이꼴인데 선거해서 뭣하느냐. 세금을 걷어서 뭣하느냐"라며 "파란당(민주당)이고 빨간당(국민의힘)이고 찍어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1시간여에 걸친 어린이대공원 인사를 마친 김 후보는 광나루역(5호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하기 위해서였다. 김 후보는 출근을 위해 오르내리는 주민들을 향해 연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병민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를 반복해 외쳤다. 갑자기 매서워진 윗바람에도 김 후보는 한 번 움직이지조차 않고 인사를 계속했다.
바쁜 출근길에서도 한 40대 여성 학부모는 김 후보와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김 후보를) 좋아한다. 학교나 이런데 현수막 많이 붙어 있어서 아들은 김 후보가 국회의원인줄 알고 있더라. 아들한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층에서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다수 감지됐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광장동에 거주하는 20대 한 여성은 데일리안의 인터뷰 요청에 "정치는 잘 모른다. 명함은 주길래 그냥 받은 것"이라고 답했고, 자신을 학생이라고 소개한 광장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김모씨는 '광진갑 선거구도'에 대한 질문에 "솔직히 김병민(후보)과 이정헌(후보) 둘 다 모르겠다. 정치에 별 관심은 없는데 투표는 해야할 것 같아 투표를 하긴 할 텐데, 공약을 보고 뽑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오전 8시 20분에 김 후보가 향한 곳은 광진구에 위치한 광남초등학교였다. 초등생 자녀를 둔 김 후보는 역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동안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광남초 후문에 자리를 잡은 김 후보는 투표권이 없는 초등학생들과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학교를 찾은 학부모에게 모두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의 등굣길을 책임지는 녹색어머니로 봉사하고 있는 광장동 거주 40대 여성 태모씨는 "김병민 (후보)을 지지한다. 이정헌 (후보)은 약력이나 현수막은 봤는데 한 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한 번 더 보고 TV에서 봤던 좀 더 인지도 있는 사람한테 눈길이 가지 않겠느냐"라며 "나도 중고생 자녀가 둘이나 있는데, 그러다보니 교육 얘기에 솔깃하다. 김 후보처럼 교육 얘기 먼저 하는 사람한테 마음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광진구 토박이'임을 앞세워 총선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김 후보는 광진구에 위치한 용마초등학교·용곡중학교·대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후보의 세 자녀도 현재 광진구에 위치한 학교를 다니면서 '광진구 토박이'로 자라고 있는 중이다.
김 후보에 대한 학부모의 평가가 긍정적인 이유는 최근 '아이키우기 좋은 광진'이란 공약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지난 5일 '광진 개혁 10대 변화 약속'의 일환으로 △24시간 운영 시립 어린이 전문병원 유치 △동별 서울형 키즈카페 신설 △광진형 주니어 문화·스터디 카페 조성 △광진구 청소년 스포츠·문화 반값 패스 △새 학기 도약 바우처 매 학기 50만 원 지급 △공공 영유아 문화센터 프로그램 대폭 확대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김 후보의 다음 행선지는 광진구에 위치한 제일시장이었다. 11시에 시장에 도착한 김 후보는 익숙한 듯 시장을 돌면서 사장님들께 인사를 건넸다. 그 와중에 김 후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도 "또 오셨네요"였다.
오후 3시가 넘어 김 후보가 찾은 곳은 '광진구새마을회관'이었다. 해당 건물 지하에서 어르신들의 노래교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문을 열고 들어온 김 후보를 보자마자 "어제도 왔는데 또 왔네"하면서 반겨줬다. 그러면서 익숙한 듯 김 후보에게 노래 한 곡을 권했고, 김 후보도 능숙하게 가수 설운도씨의 누이를 열창했다.
노래를 마친 뒤 김 후보는 "광진은 살기 좋은 곳이지만 부족한게 있다면 문화다. 이제 문화 광진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며 "문화는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더 좋은 곳을 만들고 싶다. 광진에서 태어났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고, 일해 온 나를 한번만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후보는 광진구를 문화체육명품 도시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1일 김 후보는 △광장동 체육시설부지 설치 △한강변 산책로 수변명소 노을 광장 재탄생 △제2의 나루아트센터 설립 △한강 특화 재건축·리모델링 적극 지원 △청소년 문화복합공간 '펀그라운드' 설립 등을 내건 문화공약을 낸 바 있다.
김 후보가 도전하는 광진갑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내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한강벨트의 일부다. 그런 만큼 광진갑에서의 선거 결과는 이번 총선 전체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본인을 광장동에 거주한다고 밝힌 40대 남성 안모씨는 아이를 등교시킨 뒤 이번 선거판세에 대한 질문에 "김병민 후보가 방송에 나와서 소신 발언을 많이 했는데, 그때부터 팬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을 비판할 때부터 좋아했다"면서도 "이정헌 (민주당 후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김병민(후보)과 이정헌(후보)의 대결은 마이크 대 마이크 간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김 후보는 광진갑에 출마해 4만2822표(40.60%)를 득표했지만 현역인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얻은 5만6608표(53.68%)와 1만3786표(13.08%p)의 격차를 보이며 석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2021년 4월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광진구는 오세훈 시장에게 9만8620표(56.69%)를 몰아줬다. 당시 박영선 후보가 얻은 6만9179표(39.77%)와는 2만9441표(16.92%p) 차이가 났다.
이후 2022년 대선에서도 광진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11만3733표(48.82%)를 몰아줬다. 10만9922표(47.19%)를 얻은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보다 3811표(1.64%p)가 더 많았다. 이후 열린 6·1 지선에서도 광진구는 오세훈 시장에게 9만734표(58.31%)를 줬다. 당시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6만2217표(39.98%)를 얻는데 그쳤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은 이번 광진갑에 공천된 이정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여러 번 드러냈다. 앞서 어린이대공원에서 김 후보와 인사를 나눴던 능동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임모씨에게 광진갑 선거판세에 대해 질문하자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줘서 지금 어떻게 됐느냐. 민주당이 되면 안 되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정헌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묻자 "누군지 모르겠다. 전혜숙 의원은 아는데, 그 분은 모르겠다"며 "매일 여기에 오는 김 후보나 전 의원은 봤어도 이 후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전 의원이 저렇게 가고 모습도 안 비친다"고 말했다.
본인을 구의2동에 거주한다고 밝힌 70대 남성 이모씨는 "전혜숙 (의원)이 (공천에서) 떨어졌으니까 김 후보 당선은 따논 당상"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이 이상하게 (공천을) 하니까 이런 꼴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