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에 강서구청장 野 낙승 여파 남아
지역구 신설 후 두 번 총선 모두 한정애 당선
韓, 지명도 기반 4선 고지 등정 노리는 가운데
與, 당직자 출신 '강서사람' 공천해 반전 모색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서구가 마곡지구 개발에 따른 선거구 인구 상한선을 초과하며 신설된 '강서병', 이 지역구에선 20~21대 국회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명의 의원만이 '역대 선거 결과' 당선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구 현역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강서병 후보는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 이후 이곳에서 내리 2연승을 해 이번에 4선 고지 등정을 노리고 있다.
27일 기준 4·10 총선이 딱 2주 남은 가운데, 강서병 관전 포인트는 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 기반을 토대로 '지명도'가 강점인 한정애 후보의 무난한 4선 달성이 가능할지 여부다.
국민의힘에서는 강서구 토박이이자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 출신인 새 얼굴 김일호 후보로 맞불을 놔 '양자대결'이 성사됐다. 김 후보는 협상력과 행정력을 이미 증명했을 뿐 아니라 여당의 거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받는 등 추격 고삐를 바짝 죄는 중이다.
직전인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강서구 갑·을·병 지역구 금배지를 모두 가져갔다. 현재 시점으로부터 반 년도 지나지 않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할퀴고 간 상흔 역시 아직 남아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해 국민의힘의 입장에선 강서병 선거는 매우 쉽지 않은 싸움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56.52%를 득표하며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15%p 차로 가뿐하게 제쳤다.
이에 앞서 강서병 신설 후 첫 선거였던 20대 총선에선 한정애 후보가 43.54%의 득표율을 기록, 강서구청장 출신의 새누리당 유영 후보를 11.27%p 차로 꺾었다. 당시 3위였던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가 20.59% 득표로 선전을 했음에도 한 후보가 유 후보를 여유롭게 제쳤다. 이어진 21대 총선에선 한 후보가 59.92%로 과반을 하며 미래통합당 김철근 후보를 23.37%p의 큰 격차로 따돌렸다.
한 후보는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보건복지위원장, 정책위의장, 비상대책위원 등을 지내며 정책통의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며 탄소중립 로드맵 법제화 등을 풀어내기도 하는 등 높은 지명도도 갖췄다. 한 후보는 22대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에서 이변 없이 강서병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한 후보의 파죽지세가 계속되자 강서병 탈환이 절실한 국민의힘은 강서구에 위치한 화곡초와 백석중·마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나온 '24년 당직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일호 후보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전략기획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특임장관실 장관정책보좌관 등을 두루 지낸 인물이다. 정당과 국회를 넘나드는 네트워크과 협상력, 실무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김 후보의 '지역밀착' 이력은 한 후보가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산을 터전 삼았던 것을 정조준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에 쏠린 판세를 역전하기 위해 지난 12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 투어 중 첫 선거사무소 방문으로 강서병 김일호 후보 사무소를 깜짝 방문해 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국민의힘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인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도 바쁜 선거일정 중 '선대위원장 첫 번째 지원사격'으로 김일호 후보의 개소식 일정을 택하는 등 연이은 지원 사격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 한 후보는 캐치프레이즈로 '언제나 당신이 1번입니다. 한결같은 한정애'를, 김일호 후보는 '강서를 발전시킬 새 인물이 새 강서를 만듭니다'를 내걸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22대 총선 공식 후보등록 첫날이었던 지난 21일 강서구선거관리위원회를 직접 찾아 필승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수성전(守城戰)에 나선 한 후보는 "강서구민과 함께 만들어온 우리 강서의 발전과 변화를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는 후보 등록 일성을 내놨다.
이어 "언제나 그래왔듯이 구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 특별한 방법이나 요행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라며 "처음 그 마음 그대로 오직 강서구민의 행복과 우리 강서발전만을 위해서 혼신을 다한다는 각오로 더 낮은 자세로, 더 듣고, 더 뛰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강서구민을 받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강서병 탈환을 노리는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하면서 내 고향이자 내 두 아이의 고향인 강서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 봤다"며 "지난 10여 년간 우리 강서구는 발전은커녕 교육·교통·주거·복지가 낙후되고,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졌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선거 때만 되면 포옹하고 인사만 하는 정치인이 아닌, 강서구민과 함께 지역을 발전시킬 진짜 지역일꾼이 필요한 때"라며 "국회와 정부, 중앙당과 서울시당에서 쌓은 경험과 능력을 무기로 진짜 우리 동네사람인 나 김일호가 정부여당, 서울시와 원팀을 이루어 강서구의 발전을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