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빈곤·기아 등 세계 극빈층 80% 농촌 거주…농업ODA 필요한 이유 [新농사직썰-케이팜②]


입력 2024.05.02 06:30 수정 2024.05.14 09:47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연구개발 등 단순 원조보다

협력국 자체 기술역량 높이는 역할

건설·도로 등 자본형 ODA와 결이 달라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오른쪽 가운데)이 지난 3월 중미 4개국 대사 청장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도상국이었다. 다른 선진국의 원조를 받았던 국가였다는 얘기다. 지난 2021년 7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공인받기까지 꼬박 60년이 걸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964년 설립이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승격된 것은 대한민국이 첫 사례다.”


공적개발원조(ODA)는 선진국의 의무이자 상징과도 같다. 물론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지위에서도 꾸준히 ODA를 추진해왔다. 세계 10위 경제규모로 성장하면서 국제 위상이 높아진 현실이 뒤늦게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 뿐이다.


ODA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다. 국제개발협력(IDC)은 ODA보다 더 큰 개념이다.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개발도상국-개발도상국 간, 또는 개발도상국 내에 존재하는 개발 및 빈부 격차를 줄이고 개발도상국 빈곤문제 해결을 통해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행동이다.


유엔(UN)은 지난 2015년 총회에서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목표인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를 설정했다. 사회-경제-환경의 균현적인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건설·도로·댐 등 비교적 하드웨어 부분에 원조를 많이 했다. 덩치가 큰 해외사업 수주로 국내 기업들의 판로 개척 등 나비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에도 불구하고 원조를 받는 빈곤국의 빈곤률은 해결되지 않았다.


과학기술 기반 농업ODA는 이런 문제를 현지에서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협력국 실정에 맞는 농업기술을 개발·적용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교육·훈련, 인력개발 등 단순 원조보다는 협력국 자체 기술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아프리카 협의체인 KAFACI를 통해 현지 못자리 만들기 훈련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2009년부터 시동 건 농업ODA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극빈층의 80%는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결국 SDGs 달성을 위해서는 20억 소규모 농가의 농업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농업은 SDG 1(빈곤퇴치), SDG 2(기아종식)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우리나라는 1945년 수원국으로 시작해 경제성장 및 농업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으로 공식적인 선진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에는 국제사회 지원으로 시작된 토양조사사업으로 비료사용 기술이 개발됐다. 이는 ‘통일벼’ 개발로 이어졌다. 이런 다양한 성공 경험과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농업과학기술 ODA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나라 농업과학기술 ODA는 지난 50년 동안 축척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원을 국제사회와 공유함으로써 농업과학기술의 공익성을 제고하는데 힘쓰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K-농업기술로 세계 빈곤국가의 1억명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2조원의 투자효과와 맞먹는 수치다.


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농촌진흥청은 협력국 농업정책 및 현지 실정에 맞는 농업과학기술 기반 ODA를 통해 농촌 자립기반 마련과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을 위한 마중물 역할 수행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100만 농가(100만ha)에 100가지 혁신기술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5000만명 삶의 질 향상을 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중점분야는 ▲식량안보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작물품종 개발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기술 개발 ▲가공·유통기술 개발 및 부가가치 창출 ▲데이터 기반 농산업 시스템 구축 ▲농업 전문인력 양성 및 주민 공동체 역량 강화 등이다.


ODA 추진방식은 양자와 다자를 혼합한 투트랙(Two-track)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 투트랙의 핵심이 바로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코피아)과 3개 대륙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3FACIs)다. KOPIA가 양자협력이라면 3FACIs가 다자협력인 셈이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 연구자 역랑강화를 위한 종자 품질관리 훈련을 하는 모습. ⓒ농촌진흥청
▶︎농업ODA의 ‘양대산맥’ 3FACIs를 주목하라


KOPIA가 협력국의 맞춤형 품종·기술개발 보급에 집중한다면, 3FACIs는 회원국 공동이익 도모와 국가간 농업기술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륙별 농업부문 공통 현안 해결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에 무게를 둔 ODA사업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3개 대륙에서 다자협력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AFACI)가 2009년 가장 먼저 사업에 착수했다. 이어 아프리카(KAFACI)가 2010년, 중남미(KoLFACI)가 2014년에 각각 농촌진흥청과 손을 잡았다. 협의체 회원국은 아시아 14개국, 아프리카 23개국, 중남미 14개국 등 모두 51개국이다.


사업 운영체계는 회원국에서 선출을 통해 의장국(3년) 수임하고, 공동의장은 농촌진흥청장이 맡는다. 총회는 3년 주기로 회원국 장·차관이 참여한다. 사업성과 공유 및 향후 협력전략 수립이 이때 이뤄진다. 사업은 농진청 사무국·과제책임자와 회원국, 국제기구·연구기관이 협력사업 형태로 추진된다.


3FACIs의 성과는 KOPIA 못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KOPIA가 철저하게 현지 맞춤형 사업에 특화된 반면 3FACIs는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AFACI-FAO 토양지도 구축’ 과제담당자 이이 슐레만 박사는 탄소중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던 중 한국 농촌진흥청의 AFACI에서 FAO와 손잡고 아시아 토양지도 구축 과제를 한다는 소식에 자신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아시아 토양지도 구축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농진청 AFACI와 FAO가 공동으로 수행했던 과제다. 한국을 포함한 14개 회원국 50여명 토양전문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이 슐레만 박사는 이 과제를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토양분류체계를 적용한 토양특성 정보 DB를 구축했다. 특히 ICT 기반 디지털 매핑 기술로 7종의 토양지도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토양관리 방전방안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이 슐레만 박사가 참여한 아시아 토양지도는 회원국별 기존 토양데이터 수집과 정보확충을 위한 추가 토양샘플링을 한다. 아시아 토양유기탄소격리지도 제작을 위한 모델링과 정보 업데이트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농진청 다자협력 사업은 이같은 국제적인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제사회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KoLFACI 사업의 경우 한-중남미 농업기술협력 공식채널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한-중미통합체제와 콜롬비아 정상회의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슐레만 박사는 “토양유기탄소지도는 토양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며 “또한 국가별 농업부분 탄소제로 정책 결정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의 사업이 없었다며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 16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③]이 이어집니다.

'新농사직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