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靑·정부 일각 "현장서 간곡 요청"
해명…인도 외무성 '오기도 전에 공지'
누구 요청으로 언제 가는 것 확정됐나
文 "논란 점입가경, 부끄럽지 않느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표현 그대로 "점입가경으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고위 관계자가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은 인도 방문 당시 즉석에서 결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한 것과 달리, 인도 외무성은 김 여사가 내인(來印)하기 전부터 이미 타지마할 방문이 있을 것이라고 공지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인도 외무성(Ministry of External Affairs)은 김정숙 여사가 입국하기 전날인 지난 2018년 11월 3일 홈페이지에 띄운 내방(Incoming Visits) 공지에서 '대한민국 영부인의 인도 방문(Visit of First Lady of the Republic of Korea to India)'과 관련, 상세 일정으로 7일 오전 10시 30분에 '타지마할 도착과 방문(Arrive and Visit Taj Mahal)'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나 정부부처에서 요직을 지낸 고위 관계자들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으며 인도에도 동반 방문했던 현직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지난달 22일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인도에서 타지마할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국보인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못 갔다보니, 영부인이 가셨을 때 다시 또 요청을 했었던 것"이라며 "인도 현장에 갔을 때 인도 측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는데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던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2년 10월 YTN라디오 '뉴스킹'에서 "타지마할 일정은 특별한 비용이 지출되는 일정이 아니다"라며 "3박 4일 일정을 다 소화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인도 측에서 요청을 했다. 그래서 인도 측에서 요청을 해서 귀국길에 잠시 들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답사팀, 민항기로 엿새 전 인도 출장
인도 국내 이동도 비스타라·에어 인디아
델리 찍고 러크나우·아요디아만 답사
타지마할 있는 아그라 안 들르고 귀국
하지만 인도 외무성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인도 측은 김 여사가 방문 마지막날인 7일 오전에 타지마할을 잠시 들렀다가 서울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인도 방문 현장에서 '간곡한 요청'으로 들렀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셈이다.
관건은 언제 타지마할 방문 일정이 확정됐으며, 누구의 요청에 의해, 왜 일정에 들어갔느냐 하는 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숙 여사와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인도 방문에 대비해 문체부에서는 방문 엿새 전인 그해 10월 30일부터 인도로 출장자를 파견해 현장을 사전 답사하도록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당시 인도 출장을 나간 사전답사팀은 인도 왕복은 아시아나항공, 인도 국내 이동은 비스타라 항공과 에어 인디아 민항기를 통해 이동했다.
이들은 인도의 관문인 델리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디왈리 축제가 열리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주도 러크나우·아요디아만을 답사했을 뿐 타지마할은 미리 가보지 않았다. 귀국 일정도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가 아닌, 러크나우에서 바로 델리를 거쳐 귀국하는 것으로 돼있다.
A4 67장에 이르는 '정부대표단 출장계획'
'타지마할 방문'은 A4 반쪽 분량이 전부
다른 일정과 달리 제안 주체도 기재 안돼
주목적 '디왈리 축제'는 12장에 걸쳐 설명
그런데 인도 방문 직전에 만들어진 '한-인도 문화협력 정부대표단 출장계획'에는 '타지마할 일정'이 전격 포함됐다.
역시 배현진 의원실이 확보한 '정부대표단 출장계획'은 A4 용지 67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데, 놀랍게도 타지마할 방문에 대한 내용은 보고서 43페이지에 A4 용지 반쪽 분량으로 들어가 있으며, 그나마도 "타지마할은 동서 300m, 남북 560m 대지 위에 흰 대리석으로 만든 65m 높이의 돔을 중심으로 4개의 작은 돔과 4개의 첨탑이 대칭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냄"이라는 일반적인 관광 안내 내용이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인도 방문의 목적인 '디왈리 축제'와 관련해서는 축제의 유래에 대해 46~52페이지까지 7장, 주최가 누구고 누가 참석하며 식순은 어떠하고 김 여사는 어떤 내용의 축사를 해야 하는지가 30~32페이지에 걸쳐 3장, '인도 측의 요청에 따라' 우리 측의 문화공연이 있다는 점이 37~38페이지 등 총 12장 분량의 설명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분석이다.
'한-인도 문화협력 정부대표단 출장계획'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은 또 있다.
6일에 있었던 '러크나우 지역 장인들의 치칸카리 자수법 시연 관람'은 제목 옆에 당구장 표시(※)를 해놓고 'UP주 제안 여사님 일정'이라고 적혀 있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제안한 김정숙 여사의 일정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튿날인 7일 오전의 '타지마할 방문'은 누가 제안했고 누구의 일정이라는 것이 일체 적혀있지 않다.
타지마할 보느라 전용기 아그라 들러
김정숙, 4개월前 인도 국빈 방문 때
"다시 인도 오면 타지마할 꼭 가겠다"
배현진 "일정에 이미 타지마할 적혀"
황희 의원의 설명대로 "타지마할 일정은 특별한 비용이 지출되는 일정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는 인도 방문의 목적이었던 '디왈리 축제'가 열리는 아요디아와는 영업거리로 500㎞ 가까이 떨어져 있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별도 방문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김 여사 일행도 방문 일정 마지막날 굳이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주도 러크나우 공항에서 전용기를 띄워 아그라 공항으로 이동해 타지마할을 관람한 뒤 아그라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타지마할 관람을 하지 않았더라면 러크나우에서 바로 귀국하면 됐었다는 점에서 '별도 비용 지출'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정숙 여사는 '인도 단독 방문' 불과 4개월 전인 2018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국빈 방문하면서 또다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후마윤 묘지'를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 김 여사는 "타지마할을 가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쉬운대로 타지마할의 전신인 이곳에 오게 된 것"이라며 "다시 인도에 오게 되면 타지마할에 꼭 가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현지에서 인도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갑자기 타지마할을 가게 됐다는 말씀들을 (국민들께서) 기억하실텐데, 출발 전 방문단에 배포된 대외비 일정에 이미 '7일 타지마할 방문'이 적혀 있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본인은 오늘 '7일 타지마할 관람'으로 일정을 알았다고 썼다. 거짓말도 입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가 보고 받았던 아내의 대강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며, 7일 오전 러크나우 공항에서 아그라 공항으로 이동해 1시간 동안 타지마할 관람만을 한 뒤, 아그라 공항을 출발해 이튿날 새벽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일정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아내에게 초호화 기내식이니 버킷리스트 관광이니 라며 모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냐"라며 "부끄럽지 않느냐"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