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서울대 음대 교수 등 14명·브로커·학부모 송치
수험생 대상 불법 레슨하고 해당 수험생 실기점수도 심사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불법 레슨을 하거나 입시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들이 지도한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학원법상 교원의 과외 교습은 불법이지만 브로커가 현직 교수들과 수험생, 학부모들을 연결해 고액의 '마스터 클래스' 수업을 알선하고, 일부 교수들은 직접 지도한 학생들의 대학 실기시험 점수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음대 입시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학원법 위반,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입시 브로커 A씨와 대학교수 B씨(구속) 등 총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B씨를 비롯한 교수 13명은 불법 과외를 한 혐의, B씨 등 5명은 음대 입시 심사에서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직접 평가해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교수들은 심사 전 '응시자 중 지인 등 특수관계자가 없다', '과외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 등의 내용이 적힌 서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교수들 외에 학부모 2명은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자 B씨에게 현금과 명품 핸드백을 건넨 혐의, 서울대 음대 학과장이던 교수 C씨는 대학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제자 오디션'을 하고 A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A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수험생들에게 총 679차례 성악 과외를 하는 방식으로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B씨 등 교수들은 A씨와 공모해 수험생들에게 총 244회 불법 성악 과외를 하고 1억3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학생들에게 과외 전 목을 풀도록 돕는 '발성비' 명목으로 1인당 7만∼12만원을, 교수들은 1회에 30∼60분가량 과외를 한 뒤 교습비 명목으로 1인당 20만∼30만원을 현금으로 챙겼다. 수험생 측이 레슨비부터 연습실 대관료까지 1회 과외 교습에 최대 70만원을 지급해야 해 소위 '돈 있는 집'에서 가능한 고액 과외였다.
경찰은 성악과가 있는 전국 33개 대학의 심사위원 명단과 불법과외를 받은 수험생들의 지원 대학을 비교 분석한 결과 B씨 등 5명의 교수가 서울대, 숙명여대, 경희대 등 서울 4개 대학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입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입시가 임박한 시기에 교수들에게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이나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알리며 노골적으로 청탁했다. 청탁을 받은 교수들은 대학의 내·외부 심사위원직을 맡은 뒤 자신들이 가르친 수험생을 찾아내 높은 점수를 줬다.
경찰은 지난해 6월 대학교수들의 입시비리에 관한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A씨의 자택과 음악 연습실, B씨의 교수실, 입시비리 피해 대학 입학처 등 16곳을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대학은 피해자이고 개별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현재 학원법이 교원의 과외 교습을 제한하고 있지만 형사처벌이 약한 부분이 있어 교육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면서 행정 제재도 고민해 달라고 제안했다. '제자 오디션'에 대해서도 관련 대학에 문제점을 알리고 재발 방지를 고민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원의 과외교습은 법으로 금지돼 있고 입시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합격한 이후라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며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