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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2기 지도부, 너도나도 '명비어천가'…정책·비전 없이 '충성 경쟁'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6.26 06:00 수정 2024.06.26 10:27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대표 사퇴는 곧 연임…최고위원 후보 출마러시

최고위원 도전자 전원 "이재명 지키겠다" 강조

정치권, 이재명 일극 체제서 '다양성 실종'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다시 당대표는 이재명)

'당대명'(당연히 당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친명(친이재명)계 후보들도 저마다 전당대회 출마의 변으로 '이재명과 함께'를 외치고 있다. 뚜렷한 정책이나 비전 없이 이 전 대표를 향한 '충성심' 만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대표 외 차기 당대표 도전자가 사실상 전무하다. 일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지만, 실제 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전 대표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연임이 기정사실화 됐고, 현재까지 차기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당내 인사들 모두 "이재명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앞세우고 있어서다.


오는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공식 출마를 선언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어대명'이 아니라 '당대명'"이라며 "어제 사임하신 이 대표가 다시 돌아오셔야 된다는 말씀을 좀 강하게, 크게 소리가 날 수 있도록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대변인을 맡아 '이재명의 입'으로 불렸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조금 전 최고위를 마지막으로 민주당 당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 나의 거취를 결정하겠단 말씀을 드린다. (전당대회에)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대표직을)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출마를 강력 시사했다. 이번주 쯤 전당준비위원회가 구성되면 이 전 대표도 조만간 별도의 회견을 갖고 거취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 사퇴는 동시에 연임'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파다하게 퍼진 상황을 방증하듯 이 대표 사퇴 직후 민주당 친명계 인사들의 최고위원 출마 러시가 이어졌다. 전날 출사표를 던진 강 의원은 출마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대, 강선우가 열겠다"며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고 민주당을 지키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병주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 입장문을 내서 "최고위원이 돼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했다. 최고위원 하마평에 오른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드신 대표가 굳건히 가실 수 있도록 동행하겠다"고 적었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외 최고위원 출마가 예상되는 김민석·전현희·한준호·민형배 의원도 모두 친명계다. 이 중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힘든 내색 않고 늘 털털 웃는 모습에 맘이 짠하다. 그동안 제1야당 당대표로서 막중한 책임 훌륭하게 완수하시느라 정말 수고많으셨다"며 "민주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굳게 손을 잡고 함께 이겨나가리라 다짐한다"고 적었다.


원외에선 정봉주 전 의원과 이 대표의 '정치적 동반자'로 불리는 김지호 상근부대변인 등이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출마를 숙고 중'이라는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거취 발표 이후 출마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자신을 이 대표의 '정치적 동반자'로 표현했다.


이 관계자의 말은 이번 전당대회가 사실상 '이재명 2기 지도부'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고위원 후보로서의 정책·비전보다 이 전 대표 연임의 명분과 '대권가도'에 초석이 되겠다는 심산이다. 친명계에서도 이 전 대표 연임은 당내 주된 기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당의 구심을 만들어 내고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과 폭정을 막아내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확고한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전제가 당원들의 지지"라며 "이 전 대표가 당원들의 지지를 강력히 받고 있고, 또 그들이 강력히 연임을 요구하고 있어 (연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지금 이 전 대표가 연임하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하는 얘기가 왜 나왔겠느냐. 그동안 윤석열 정권이 무도하고 무리한 정치를 해온 거 아니겠느냐"라며 "이 전 대표가 윤석열 정권에 확실한 각을 세우면서 야당의 지도자로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원내 제1당이자 거대 야당에서 차기 당권의 유일한 인물이 이 전 대표 뿐이라는 점, 당 최고의사기구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위원 후보들 모두 '이재명 일극체제'를 강조하는 상황에 대해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껏 열린 전당대회는 후보자 개인이 구상한 정책·비전과 실천의지를 당원 앞에서 발표하는 축제의 장이었다"면서도 "당대표 연임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에 특이한 점은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누가 더 이재명에게 충성스러운가' 이것만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민주당 전당대회를 '이재명 추대 대회'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지난주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의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는 칭송 발언을 인용한 논평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이미 절대존엄이 됐다"며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추대 대회'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전당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주 초 쯤 전당대회에 출마할 최고위원 선거 후보 등록 공고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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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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