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대결과 가짜 뉴스 시대에 음모론은 이미 일상
野, 대통령 음모론 언급에 흥분, 숨 쉬지 말라는 것
이태원을 세월호로 이용하려던 세력이 음모론 주범
골목길 159명 압사 사망, “금세기 최대 미스터리”
192석 범야권이 채 상병 사건 같은 것으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 소추한다면, 그 사유에는 십중팔구 ‘수사 외압’ 주장만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죄목’이 몇 가지 더 곁들여진다. 박근혜 때도 그랬다. 최순실(최서원) 국정 개입 허용 외에 세월호 직무유기(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문체부 공무원 인사(임면권 남용), 일간지 사장 해임(언론 자유 침해) 등이 따라붙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위 부가적 사유들을 헌법 위배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가 한두 가지 잘못을 한 게 아니라는 효과는 충분히 거두었다.
전 국회의장 김진표가 탄핵 사유 추가를 생각하고 회고록에 그 내용을 끼워 넣었다고 믿고 싶진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기를 국회의장 시켜 준 민주당에 보은(報恩) 하면서 그런 역할을 했다.
그는 2022년 12월 대통령 윤석열과 국가조찬기도회 후 독대한 자리에서 참사 수습을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의 사퇴를 건의하자 尹이 이렇게 말했다고 적었다.
아끼는 장관을 자르고 싶지 않은 핑계를 댄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국민이 가졌던 상식적인 의문이기도 했다. 일부 보수우파 성향 유튜버들이 제기한 가설은 그에 편승한 돈벌이 방송이었다.
야권과 반윤 여권 인사들이 김진표의 ‘폭로’에 일제히 흥분했다.
파장이 커지자 피라미를 대어(大魚)로 바꾸려 한 회고록 ‘책 장사’(여당의 비난) 낚시질 주인공 김진표가 말을 바꿨다.
문제는 대통령이 사석에서 음모론을 언급한 것과 이태원 압사 사고의 압도적인 미스터리다. 음모론은 우리 세상의 일상이 돼 있다. 소위 공영 방송조차 진영으로 갈라져 진실과는 거리가 먼 보도를 하는 상황에서 음모론-가짜 뉴스-사실 3자가 섞여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대통령도 그 시청자, 독자 중 한 사람이다. 극단으로 갈라져 있는 정치적 양극화 시대의 산물이다. 진실만 보도하는 언론이 없는데, 국정원이나 대통령실이 무슨 수로 대통령에게 진실만을 보고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음모론 하면 현 야당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태원을 세월호로 이용하려 한 그들이 음모론의 주범 아닌가?
304명이 익사한 세월호 참사가 결코 고의 사고가 아니듯 159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도 결코 고의 사고가 아니다. 아니, 아닐 것이다. 사고 원인이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폭 4~6미터, 길이 45미터 내리막 골목길에 수천 명이 몰려들어, “땅바닥은 특정 유성(油性) 액체가 뿌려진 상태였고, 한쪽에서 어떤 이가 뭔가를 들고 신호를 보내고, 뒤에서 ‘밀어, 밀어’하며 밀기도 하던 중에”(관련 동영상 존재) 수백 명이 앞으로 엎어져 150명 이상이 한 곳에서 생명을 잃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금세기 최대 미스터리”라고 할만한 사건이다. 이런 재난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물론 부실 대응하고 군중 운집을 부추긴 경찰도 구청도 언론도 다 무책임했다. 그 무책임의 맨 윗사람은 행안부 장관 이상민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이태원 사고 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건이 너무 이해할 수 없었던 탓에 음모론 일부를 언급했대서라 아니고 이상민을 끝까지 보호한 것이다.
음모론도 가시고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에는 그에게 책임을 묻는 인사를 했어야만 했다. 윤석열은 국민정서법 위에 서려고 하는 게 항상 문제인데, 이번 회고록 사태도 그 연장선에 있는 종류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