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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전당대회 선두 시너지 어떻길래…이재명 '대놓고 난색' 정봉주는 '눈물'


입력 2024.07.23 00:40 수정 2024.07.23 10:35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李, 연일 '명픽' 김민석 전폭지원하며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는 것이냐"

鄭 떠나고는 "당원께서 대선 이기는데

누가 도움될까 집중적으로 살펴달라"

21일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사진.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가 중앙에서 함께 걷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이재명 대세론'을 확인하고 있지만, 최고위원 레이스를 두고는 '딜레마'에 빠진 기색이 역력하다. 최고위원 후보군 중 유일한 원외 인사인 정봉주 후보의 선전 때문이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전폭 지원을 하는 것과 별개로, 이것이 당심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기류가 뚜렷하다.


22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8명 중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정 후보가 선두를 달림에 따라 이재명 후보가 조급함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김 후보가 순위권 내 아슬아슬하게 포함되면서, 이 후보는 당원들에게 보내는 '시그널'의 강도도 연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10 총선에서 막말 논란 등으로 공천이 취소됐던 정봉주 후보는 인지도와 선명성을 내세워 당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정 후보는 '목함지뢰 목발경품' 발언과 '거짓 사과' 등 논란에 휘말리며 공천 취소돼 22대 국회 금배지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 선전 흐름을 이어갈 경우 '수석최고위원'으로서 국회본청 입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 후보는 총선 당시 '목발 발언'이 도마에 오른 것과 함께 과거 불교계와의 충돌, 가정폭력 이슈까지 재소환돼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정 후보는 지난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순회 경선에서 누적 득표 21.67%를 기록하며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체제에서 당 정책위의장, 4·10 총선 상황실장을 지냈던 김 후보는 '명심'을 받고 있음에도 4위(12.59%)에 그친 상황이다. 또 다른 '명픽(이재명 픽)'으로 전해진 강선우·한준호 후보도 당선 순위 밖으로 밀려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첫주 주말인 20~21일 자신의 차에 탑승한 최고위원 후보들과 유튜브 '잼카라이브'를 진행했다. 첫날인 20일에는 김 후보와 제일 처음 해당 일정을 소화했다. 이튿날인 21일에야 경쟁자인 김병주·강선우·정봉주·민형배·이언주·한준호·전현희 후보(기호순)가 '잼카'에 탑승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와 진행한 방송에서 김 후보에게 "원래 최고위원 선거를 생각 안하는 상태서 (김 후보가) 대표 선거 준비를 시작했다. 잘 챙겨주고 계셔서 고마운데 내 입장에서는 나의 (당대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을) 못해 결과가 잘못된, 좀 부담이 크다"라는 말을 전했다. 김 후보가 탑승하기 전에는 "김민석 의원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것이냐"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해당 발언이 그대로 송출되기도 했다.


또한 이 후보는 김 후보를 "당대표선거 캠프 총괄본부장"으로도 지칭하며 자신의 러닝메이트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이 후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오른쪽에서 김 후보가 걷고 있는 사진을 게시하는 등 김 후보를 수석최고위원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식의 의중을 계속해 흘렸다.


이 후보는 이튿날 정 후보와의 만남에서는 전날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정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이 후보는 "봉도사하고 이런저런 인연이 많이 얽혀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재밌기도 하다. 그리고 다이내믹한 거 같다. 역대 최고위원 후보 중에 최강 멤버 같다"고 하면서도 "정봉주 (전) 의원, 원외인사"라고 곱씹었다.


이 후보는 "당원 여러분께서 잘 지켜보시고 어떤 분들이 민주당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다음 지방선거, 대선을 이기는데 누가 더 도움이 될까. 안 그래도 살피시겠지만 그 점을 집중적으로 살피시면 좋을 거 같다"고 당부했다.


21일 강원 홍천군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재명이네마을서도 "정청래 수석처럼
김민석이 李와 편하게 일할 수 있어"
鄭 지지? "원내와 원외 무슨 상관,
협치 선비질 질려 극단 선택하는 듯"


이 후보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지지자는 '재명이네마을 여러분 꼭 읽어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전략적으로 이 후보가 대선까지 이기려면 수석 자리는 국회나 정치인 경험이 거의 없는 것보다, 김민석 후보 같이 전략을 짜고 척척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 후보가 급히 단둘이 토론하고 대응하고, 지금 정청래 최고위원처럼 척척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수석 김민석을 만들어서 이장님이 좀 덜 힘들게 해줍시다'란 글을 올려 "대선에서 지고 지금까지 재판에 단식·테러에 총선까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2대는 수박들도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당무에 덜 신경을 쓰게 해드려야 한다. 김민석 수석이 되면 신경을 덜 써도 될 거 같은데, 오늘 같은 날도 지도부 회의에 빠져도 정청래 최고위원이 있으니 마음 편히 재판도 출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정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원내와 원외 상관없이 강하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최고위원이 돼야 한다. 원내에 있는 국회의원을 맨날 뽑아놓으면 뭐 하나. 당원이 뽑으라는 국회의장도 안 뽑고 친목만 한다' '동정심이 원인이 아니라 협치와 타협의 선비질에 질린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공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정 후보는 "돌풍의 주역은 나 정봉주가 아니라 당원이다. 당원들께서 지금 이 순간 민주당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주인공"이란 메시지를 냈다. 이어 이날은 "정봉주의 공격수 유전자는 오로지 윤석열을 향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탄핵을 위한 민주당의 '날카로운 칼'을 뽑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는 등 자신의 선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정 후보는 유튜브 '취재편의점'에 출연해선 자신을 "민주당의 미운오리새끼"라고 지칭하고 "'수석은 누가 돼야 한다, 정봉주가 수석이 되면 안 된다'는 (비판과 마타도어가) 주로 친이재명 커뮤니티에서 많이 돈다. 그런데 중앙위원회서 결국 당원들이 많이 지지해줘서 되지 않았느냐"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총선에서) 공천장을 빼앗기고는 절망으로 닫혔다. 정말 정치를 안하려 했다가 길거리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막 우는 것이다. 한마디를 계시하듯이 울먹이면서 던지고 갔는데 '의원님 최고위원 나가세요'였다. 그 이후부터 나에게 오는 문자와 댓글이 마치 한줄기 빛이 내린 것처럼 최고위원에 나가라는, 그것만 보인다"라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정봉주 전 의원이 유튜브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눈물을 닦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 두 후보 간 관계설정 '리스크' 우려
신율 "투쟁력 쎄면 리스크 높아질 수밖에"
박상병 "1등, 당내 목소리 더 커지지 않을까"
최수영 "엇박자내고 李 뜻만으로 안 갈 것"


전문가들은 정 후보의 돌풍이 일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이 후보가 난색을 보이는 데는 '이재명 2기'에서 외연 확장의 한계, 앞으로의 지도부에 대한 상황 통제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사람의 관계설정과 관련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정 후보의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투쟁력이 센 사람이라 투쟁력이 세면 리스크도 높아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사람들은 지금까지 말로는 하고 보여준 것은 없지만 정 후보는 보여줬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 지도부가 됐을 때, 정봉주 후보가 최고위원 후보 중에 1등이면 당내 목소리가 더 커지지 않겠나. 그 목소리가 이재명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했다. 박 평론가는 "전혀 안 될 것"이라며 "만약에 국민의힘에서 정말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면, '민주당 지도부를 보니까 정봉주 또 저기 이재명이다. 지겹다'라고 인식한 중도층이 돌아설 수 있다.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최수영 평론가는 "정봉주 후보가 수석이 되면 정 후보는 눈치를 안 보고 갈 사람이기 때문에 이른바 상황 관리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이 후보는 벌써 세법개정안부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얘기를 하려는데, 정 후보는 탄핵이 우선이고 시급한 게 그것"이라고 했다.


최 평론가는 "이 후보는 정치 시계를 자기중심으로 끌고 가려고 할 텐데, 정 후보와 어느 정도 조율을 하겠지만 이 후보와 엇박자를 내고 이 후보의 뜻대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이 후보도 위험하다는 게, 지금 이 후보도 개혁의딸(개딸)들이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는 당대표가 되니까 수석최고위원은 우리의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반영할 수 있는 그 사람으로 가겠다'는 해석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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