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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사니즘'과 박자 안 맞네…민주당, '금투세' 놓고 내분 지속


입력 2024.08.08 00:30 수정 2024.08.08 00:3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이재명 '유연한' 입장 연일 보이지만

폐지와 유예 입장 중 무엇인지 불분명

'정책수장' 진성준 "시행 예정대로"

내부 '폐지 반대' 여론 여전히 거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뉴시스

지난 5일 증시 대폭락 사태 이후 금융투자소득세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가 급격히 자중지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임이 기정사실화 된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먹사니즘(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슬로건)과 '금투세 폐지'는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지는데, 정작 당 내부에서는 '금투세 폐지 불가론'이 여전히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연임'이 기정사실화 된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당의 '정책 수장'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입장마저 일치되지 못하고 엇갈리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8·18 전당대회가 끝나고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해야만 금투세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국민의힘과 정부가 금투세 폐지 드라이브를 걸고, 한동훈 대표까지 공개 토론에 응하라는 압박을 재차 가하는 상황 속에서 '속수무책'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 내부에서는 '폐지·유예·완화론' 등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쪽과 '유지론'을 지향하는 쪽이 대치하며 혼선을 빚고 있고,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폐지 반대' 입장 고수에 개미 투자자들을 필두로 한 민심은 싸늘해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는 민주당 내 '금투세 내분'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하는 등 상황이 엄중하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양도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을 말한다. 금투세 폐지에 찬성하는 개미들은 '금투세가 국내 증시로 들어올 자금의 흐름을 막는 대신, 많은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해외투자로 쏠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진성준 의장의 블로그로 몰려가 민주당을 향한 성토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진 의장은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의 상견례에서 "(금투세와 관련) 개인적인 소신은 국민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완을 하더라도 시행은 예정대로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직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도 "거액 자산가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경제가 살아나느냐. 주식 투자자의 1%에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들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 경제가 살아나느냐"라고 물었다.


진 의장은 지난달 말 YTN라디오에서도 앞서 이재명 후보가 금투세 공제액 한도를 높이는 완화안을 들고나온 데 대해 "이 후보의 개인적인 입장"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KBS에서 진행된 당대표 후보 2차 토론회에서 "금투세는 5년간 연간 5000만원, 2억5000만원 이상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 된다"라며 "이것을 연간 1억원 정도로 올려서 5년간 5억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주자"고 말했다.


민주당 의견그룹이자 당내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 역시 이 후보와는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더좋은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 김성환 의원은 1기 이재명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는데, 김 의원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회원 일동' 명의로 "과거 여야 합의대로 또한 현행법에서 예정한 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적었다.


즉 현재로선 당 내부에서 이재명 후보만이 '공개적인'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는 전날 4차 토론회에서도 "주식 시장이 폭락했지 않느냐. 주식 시장은 꿈을 먹고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분이 저항한다"고 말했다.


'한동훈-박찬대 토론' 野 제안까지
내부 곳곳서 '엇박자' 지속되고
우클릭 '이재명 2기'는 최대 과제,
내부 반발 어떻게 잠재울지 여부


이런 혼란 속에 임광현 민주당 의원까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금투세 토론회 토론자로 나오라'고 요구하는 등 엇박자를 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난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 의원은 전날 "금투세 토론회를 하자.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토론자가 섭외가 안돼서 어려웠는데, 잘 됐다"며 "우리도 회계사 출신인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이 나가시고"라고 제안했다. 한동훈 대표는 "연임이 확정적인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토론에) 나오면 더 좋겠지만, 어렵다면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과 공개 토론하겠다"고 임 의원의 제안을 덥석 받았다.


이처럼 '금투세 논쟁'이 민주당을 뒤흔들자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당이 할 수 있는 말은 금투세 밖에 없느냐. 참 한심하다"라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임 의원이 자신더러 나가라고 한 한 대표의 금투세 토론 요청에 대해서 뒤엎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한심하다"는 발언 외에도 "주식시장이 어려운 게 금투세 때문이냐"라며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받고 있는 의혹인) 주가조작 등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안하고 금투세를 얘기하자는 것은 상황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얘기"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민수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이 정말 실현가능한 정책인지 답하라"며 "부자 감세로 우려했던 경제성장률 저하와 재정건전성 악화 현상은 이미 현실이 됐고, 사회복지와 R&D 예산,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삭감 등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동훈 대표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민주당이 "도망을 갔다"라고 평가하고 "금투세 강행에 정책적 자신감이 없다"라는 맹폭을 이어갔다.


결국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당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금투세 폐지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가 될 전망이다. 오는 1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지도부가 금투세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반발 여론이 있는 만큼 내부 논의 과정에서의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이재명 2기 지도부가 당 내분을 딛고 당론을 △금투세 폐지 △유예 △일부 완화 중 하나로 봉합, 이후 여야 합의 처리를 할 경우엔 '공적'을 놓고 '여야 대표'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든다. 최근 이 후보의 행보를 두곤 당대표 연임에 이어 차기 대권 가도를 위한 외연 확장 측면에서 '우클릭' 행보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가 앞선 TV토론회들에서 금투세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남은 전당대회 기간 중 금투세의 폐지·유예·완화 등에 대한 추가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이 후보가 최근 금투세 문제와 관련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이것이 폐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유예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혹은 이것이 '일부 완화'를 하자는 수준에 그치는 것인지 등 이 후보가 금투세에 대해 가진 명확한 입장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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