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양궁협회만 같아라’ 금 따고도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배드민턴협회·사격연맹


입력 2024.08.08 14:25 수정 2024.08.08 14:2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남수현(왼쪽 첫번째), 전훈영(오른쪽 두번째), 임시현(오른쪽 첫번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박태준(20‧경희대)이 태권도(남자 58kg급) 정상에 서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12개의 금메달로 종합 6위를 지켰다.


개막 전 대한체육회의 금메달 예상치를 초과한 것을 넘어 1개의 금메달만 추가하면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13개-2008 베이징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을 이룬다.


놀라운 반전을 일으킨 배경에는 양궁의 전 종목 석권과 사격-펜싱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금메달만 놓고 보면 양궁 5개, 사격 3개, 펜싱 2개에 이른다.


양궁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파리올림픽 양궁에 걸린 5개의 메달을 모두 쓸어 담은 한국 양궁대표팀은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양궁협회는 1983년 설립부터 범현대가 인물들이 회장을 지내면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왔는데 다른 협회나 연맹에서 흔히 나오는 잡음이 없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메달 보다 더 어렵다”, “국가대표 1위가 세계 1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아래서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직전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국가대표도 선발전에서 탈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누구나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궁 김우진-임시현. ⓒ 뉴시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개발한 고정밀 슈팅머신 등 최신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2005년부터 20년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파리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개인전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격려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수들은 협회에 공을 돌리며 전 종목 석권의 기쁨을 함께 만끽하고 있다.



한국 사격대표팀.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반면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금메달3·은메달3)을 거둔 사격과 28년 만에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가져온 배드민턴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예진(IBK기업은행), 반효진(대구체고), 양지인(한국체대) 등 금메달리스트 3명과 은메달을 차지한 김예지(임실군청), 조영재(국군체육부대)까지 메달리스트 5명이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축제 분위기를 만끽해야 할 시점에 대한사격연맹은 메달 포상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수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의사에 연맹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신명주 회장은 지난 3일 양지인의 25m 권총 금메달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 4일 귀국했고, 6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신 회장이 운영하는 종합병원 명주병원이 급여 미지급으로 도마에 오르면서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단독 후보로 나서 당선된 신 회장은 지난달 2일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회장직 수행은 한 달 조금 넘었다.


대한사격연맹은 2002년부터 한화그룹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이 회장사에서 물러나면서 새 회장을 물색했다. 불경기 속에 회장을 맡겠다는 기업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지난 6월에야 어렵게 새 수장을 찾았는데 다시 부재 위기에 놓였다.


사격연맹은 신 회장이 출연을 약속했던 3억원 가운데 일부를 활용해 포상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3억원을 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라 연맹도 난처한 입장이다.


안세영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의 폭로로 최악의 분위기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배드민턴 남녀 단식 통틀어 역대 두 번째 단식 종목 우승자가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은 취재진 앞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여러 문제들을 낱낱이 지적했다.


안세영은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협회에)정말 크게 실망했다.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협회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부상을 입었을 때의 ‘오진’을 언급하면서 “협회가 이를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7일 오전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을 만난 안세영은 "한국에 가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7일 오후 귀국장에서는 많은 취재진 앞에서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 드린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안세영 귀국 인터뷰가 끝난 뒤 대한배드민텁협회 김택규 회장은 예고대로 오후 5~6시 사이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입은 부상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병원으로부터 2주간 절대 안정과 4주의 재활기간 소견을 받았다"며 "병원이 같은 해 11월 14~19일 예정된 일본마스터즈대회와 11월 21~26일 예정된 중국마스터즈대회 참가도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알렸다.


이어 "이후 안세영 본인 요청으로 소속팀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했으며 5주 재활 후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로 일본 마스터즈대회와 중국마스터즈대회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안세영에게 무리하게 국제 대회 출전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안세영 선수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참가 자격과 1번 시드를 획득,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면서 "협회에서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의 대회 참가 여부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 대회에 참가시킨 대회는 없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안세영은 한 발 물러나며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갈등이 없다”고 밝혔던 협회는 조목조목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안세영 폭로에 대해 전반적으로 경위를 파악 예정이라 그 과정에서 안세영과 협회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관계자는 “협회나 연맹이 선수를 위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절차를 밟다보면 선수 보다 조직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며 “선수 선발 과정이든 선수 몸 상태 관리든 누군가의 입김이 아니라 합리적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탄탄한 기업이 공식 지원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 협회와 그렇지 못한 협회의 희비가 어떻게 엇갈리는지 우리 모두가 지금 명확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