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시달리는 판매자들 신생법인 수익화 과정 기다리기 힘들어
국내 뷰티 제조사 설득도 과제
“신생업체의 시장 안착엔 막대한 마케팅 비용 필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티몬·위메프(티메프) 합병을 통해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판매자를 중심으로 한 주주구성부터 새로운 셀러 모집, 소비자 유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8일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신규법인을 설립한 후 KCCW 법인을 중심으로 양사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보유지분 100%를 감자하고 구 대표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 신탁한다.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할 방침이다.
KCCW는 판매자가 주주조합의 형태로 참여할 예정이다. 판매자들이 1대 주주로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한다.
큐텐 측은 "판매자·플랫폼·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와 함께 ▲상품 배송 완료 후 일주일 이내 정산 ▲신속·안전한 정산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다.
특히 KCCW는 큐텐의 일본 시장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K뷰티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단기 사업전략도 수립했다. 그간 구 대표가 해외직구 사업으로 큐텐을 성장시켜 온 만큼 강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구영배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면서 “양사를 합병하면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서 기업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지고, 제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가 적지않다. 판매자를 주주로 하는 주주구성부터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각자 도생을 위해 매각 등에 나선 것은 이미 구 대표의 대안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당장 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판매자들이 신규 법인에 주주로 참여해 수익을 내는 과정을 기다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주구성이라는 큰 고개를 넘어도 제조사와 소비자를 유치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 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구 대표가 제시한 단기 전략인 ‘K뷰티의 글로벌 플랫폼’ 실현을 위해서는 국내 뷰티 제조사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제조사가 직접 입점하지 않고 중간 판매상을 거친다고 해도 제조사의 입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 1조원으로 예상되는 피해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플랫폼에 입점해 정상적으로 판매에 나설 뷰티 제조사를 물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의미다.
국내 한 뷰티기업 관계자는 “구 대표가 직구에 노하우가 많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에 들어갈 국내 뷰티 제조사를 찾긴 어려울 것 같다”며 “이미 제조사는 물론 직구 플랫폼 등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은데 신규 업체가 단 기간에 수익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 유치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미 신뢰가 떨어진 국내 소비자 보다 해외 직구 소비자를 공략한다고 해도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엔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신생업체가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면 국내나 해외 모두 할인 같은 프로모션이 빠질 수 없다”면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신생업체가 마케팅에 집중하지 않고 시장에 안착하긴 힘들다. 신규 법인 설립 목적이 주주로 참여한 판매자들의 자금을 회수하는 것인데 당초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