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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전단지 뜯었다고 '재물손괴' 檢송치?…'혐의 없음' 처분 날 것" [디케의 눈물 280]


입력 2024.09.05 05:11 수정 2024.09.05 05:11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피의자,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 제거…경찰,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 송치

법조계 "경찰, 재물손괴 송치 비판받아 마땅한 사안…송치 남용으로 봐야"

"게시물 붙인 사람도 언제든 훼손될 수 있다는 것 인지했을 것…손괴죄 성립 어려워"

"승강기 거울에 비인가 게시물 붙인 행위부터가 재물손괴…게시물 부착해 거울 효용 저하"

ⓒJTBC 사건반장 캡쳐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여중생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엘리베이터에 붙은 게시물은 보존의 가치보다 일회성, 광고성 성격을 갖는다며 재물손괴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사안은 경찰이 법을 문구적으로 해석한 것이고 송치 남용으로 봐야 한다며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8일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했다. A양은 지난 5월 11일 자신이 사는 용인 기흥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어있던 비인가 게시물을 제거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양은 거울을 보던 중 해당 게시물이 시야를 가리자 이를 떼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게시물은 주민자치 조직이 하자 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붙인 것으로 관리사무소의 인가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게시물을 뜯은 다른 60대 주민 B씨와, 이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붙인 관리사무소장 C씨도 함께 송치됐다. 지난해 7월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주민 2명이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됐다고 한다.


경찰은 A양의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평택지원이 지난 2022년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련, 관리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을 적법하게 철거하기 위해선 부착한 이에게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이미지ⓒ데일리안 DB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엘리베이터에 붙인 게시물이 광고성 내지는 휘발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하는 정도를 의도한 것이라면 게시물을 뗀 행위는 손괴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괴죄의 요건인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은 재물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게시물은 보존의 가치보다는 소모되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당 게시물은 비인가 게시물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 게시물을 붙인 사람 입장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해당 게시물이 훼손되거나 버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손괴죄를 성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혐의없음으로 최종 처분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덧붙였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본안에서 경찰이 송치한 것은 너무나 비판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경찰에서 법을 너무나도 문구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지나친 송치에 대한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경찰은 주민 자치 조직과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 간의 갈등에 대해 부담을 느껴 기계적으로 송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안은 경찰이 본인 선에서 적절히 끊어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비인가 게시물이더라도 타인이 함부로 제거하면 안 된다는 것인데, 오히려 거울에 비인가 게시물을 붙인 행위를 재물손괴로 볼 수 있다. 게시물을 부착함으로써 거울의 효용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다"라며 "이런 식으로 법을 해석하게 되면 사소한 행위마저 전부 재물손괴로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안의 경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불기소 처분이 나올 사안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번 기소는 국민의법감정에 반하는 여지가 있다. 국회에서 공동주태관리법 등을 개정해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지정된 위치에 게시되지 않은 표지물 게시물 등을 임의로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돼야 한다"며 "그리고 입주자간의 분쟁도 전적으로 입주자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일정 부분 규율하는 부분도 필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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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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