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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득점 승리? 야유와 조소로 점철된 홍명보 감독의 잔혹한 출발


입력 2024.09.05 22:05 수정 2024.09.05 22:5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홍명보 감독.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다득점 승리를 노렸던 홍명보 감독이 홈에서 최악의 출발을 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피파랭킹 23위)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피파랭킹 96위)과 0-0 무승부에 그쳤다.


홍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A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은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0-1패)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하지만 환영 보다는 야유와 조소가 넘쳐났다.


손흥민-이강인 등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홍명보 감독이 소개될 때는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감독 선임 절차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나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은 여전했다.


그 여파는 티켓 판매 속도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정상급 기량을 갖춘 스타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중이 입장했지만, 지난 3월 태국전-지난 6월 중국전과 비교하면 열기는 떨어졌다. 판매 개시와 함께 매진을 눈앞에 뒀던 것과 달리 팔레스타인전은 경기 전날까지도 5500여석이 팔리지 않았고, 결국 매진에도 실패했다(5만9579명).


“다득점 승리를 해야 한다”, “첫 경기는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고 했던 홍 감독 기대와 달리 전반부터 고전했다. 다득점이 아니라 오히려 먼저 실점할 뻔했다.


전반 2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골문이 뚫렸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전반 26분에도 박스에서 날카로운 헤더를 허용했는데 골키퍼 조현우가 막아냈다. 전반 30분에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 있었다.


주도권을 잡지 못한 한국은 전반 42분 결정적 찬스를 잡았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박스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옆그물을 때렸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지만 골은 넣지 못했고, 경기장 내 대형 스크린에 홍명보 감독의 얼굴이 뜰 때면 여지없이 야유가 쏟아졌다.


전반 점유율은 80%를 유지하고 슈팅도 6개를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은 팔레스타인과 같은 1개에 그쳤다.


손흥민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답답함 속에 후반을 맞이하면서 홍명보 감독은 최전방 원톱 주민규를 불러들이고 오세훈을 투입했다. 그래도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침체된 분위기는 계속됐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3분 이재성을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좋은 찬스가 다시 한 번 열렸다. 손흥민이 아크 부근에서 박스에 있는 이강인에게 찬스를 내줬다. 완벽한 찬스였지만 이강인의 왼발 슈팅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찬스를 놓친 이강인이 찬스를 다시 열어줬다. 후반 20분 박스 정면에 있는 오세훈에게 볼을 연결했고, 오세훈은 날카로운 헤더로 방향을 틀었지만 골키퍼에 걸렸다. 후반 20분까지 가장 골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좌우 풀백까지 모두 교체한 뒤 황희찬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가 빛을 발하며 공격에 활기를 찾았다. 후반 25분 이강인이 박스 근처에서 파울을 유도한 뒤 프리킥을 얻어 직접 키커로 나서 정교한 킥을 날렸지만 골키퍼 손에 맞고 나갔다.


후반 35분에는 한국 진영에서 이강인이 팔레스타인 진영에 홀로 있는 손흥민을 향해 긴 패스를 줬는데 손흥민의 첫 볼터치가 좋지 않아 살리지 못했다. 손흥민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찬스라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8분 뒤에는 골에어리어에서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와 땅을 쳤다.


홍명보 감독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8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공격 찬스는 계속됐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위기도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공격수가 박스까지 침투해 골키퍼 조현우와 1:1 상황이 연출됐다. 많은 관중들이 실점을 예감할 때, 조현우가 선방으로 막아내 실점을 면했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다득점 승리는커녕 홈에서 패배의 굴욕을 면한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 조마조마했던 한판이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는 경기 결과와 내용 탓에 홍명보 감독을 향한 관중들의 야유와 조소는 더욱 커졌다. 김민재가 관중석 쪽으로 다가와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다.


홈에서 치른 팔레스타인전에서 승점1에 그친 홍명보호는 오는 10일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피파랭킹 76위)과 2차전을 치른다. 홍명보호는 3차 예선에서 팔레스타인, 오만,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와 B조에 편성됐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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