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 "금투세 폐지 혹은 유예" 입장
이재명 지지층 "진성준, 李 욕 먹이지 말라" 질타
한동훈 '외모비하'까지…논란 확산에 사과 촌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당내 정책을 총괄하는 진성준 의원이 최근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지 입장을 고수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거나 집권여당 대표의 외모를 조롱하는 발언을 하는 등 정치인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진 의원 블로그에 게재된 게시물에는 금투세 시행에 반발하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투세가 사모펀드 로비 때문이라고? 천벌을 받습니다'라는 글엔 5200여개, '금투세 폐지가 어떻게 민생이자 청년이슈입니까'라는 게시물엔 44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금투세 도입 시기는 내년 1월 1일로 예정됐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국내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해 폐지 방침을 밝혀왔고, 세법개정안에도 금투세 폐지안이 담겨있다. 앞서 이 대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 금투세 시행 유예 입장을 밝혔다. 반면 진 의원은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라는 기조로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진 의원 블로그에 달린 댓글들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국회에서 무엇을 할지 먼저 고민하라. 시장은 후진적인데 세금만 선진적이면 어떡하나" "여론조사에 의하면 주식투자자의 60% 이상이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를 원하는데 이 사람들이 전부 부자인가. 독불장군이 따로 없다"는 등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 국민 10명 중 6명은 금투세를 '폐지 혹는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23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4%,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이 23.4%로 나타됐다. 폐지·유예 응답이 10명 중 6명에 가까운 57.4%로 집계된 것이다. 반면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7.3%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3%다.
특히 '증시에 관심이 많고 투자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계층 중에서는 "폐지"가 45.7%, "유예"가 23.0%로 조사됐다. 증시 고관여층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폐지 또는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정대로 시행"은 25.8%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진 의원의 금투세 강경 기조에 대한 비판은 이 대표의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금투세 폐지를 아예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 "진성준 의원이 이재명 대표를 욕 먹이는 일등공신"이라는 성토가 나온다.
국내 증시에 참여한 인구만 1400만명에 달하는 만큼 금투세 도입으로 이들의 투자 손실 우려에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경우,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악영향을 받을 거란 해석이 깔린 셈이다. 원칙론을 고수하며 "욕 먹을 건 먹겠다"던 진 의원도 최근 금투세 논란이 민주당 지지층으로 번지자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찬성파와 반대파를 꾸려 공개토론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당내에서도 공개적 '유예'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소영 의원은 '금투세 대상자가 국내 주식투자자 1400만명의 1%에 불과하다'는 진 의원의 주장에 "금투세라는 게 1%에만 부과되므로 99%와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은 증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자시 기대수익률을 전망할 때 세금이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진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의 외모를 비하하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사과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친야(親野)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의 유튜브 공개 방송에서 '한 대표 키가 180㎝가 맞느냐'는 김 씨의 질문에 "저는 좀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얼굴 생김이나 표정이 좀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않고 많이 꾸민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색하게 느껴지고 좀 징그러웠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은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다하다 이제 상대 당대표의 외모 품평까지 하며 인신 공격을 한다"며 "진성준 정책위의장, 내가 귀당의 특정인을 지칭해 '살모사 같아서 징그럽다'고 하면 어쩌겠느냐. 아무리 급해도 금도를 넘지 마시라.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정치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여당 대표 외모를 웃음 소재로 삼았다는 지적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대표) 외모를 비하하거나 인격을 모독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며 "극히 개인적인 인상평에 불과한 것이었으나, 과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렸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진 의원은 논리적이고 온화한 스타일로 당내에서도 존경 받는 중진"이라면서도 "당내 평가와는 별개로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이 여론의 비판 대상이 되고, 특히 우리 당 지지층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게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