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패·배우자 스캔들·예산 삭감 등에 포위…셀프 쿠데타 감행"
주요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두고 "궁지에 몰린 인기 없는 대통령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행동을 취하면 야당 등 상대에게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을 살리려 비상계엄을 시도했고,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윤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 역시 계엄령 선포에 대해 낮은 지지율을 이기지 못한 윤 대통령이 “처절한 심정으로 도박한 것”이라며 “여당을 포함해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계엄령 선포를 뒤집었다. 이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 또한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한국 국회는 그의 ‘셀프 쿠데타’를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한국 대통령이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고립에 빠져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한국 대통령이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에 계엄령을 선포해 한국을 충격에 빠뜨렸다”며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반국가 세력’과 ‘북한의 위협’을 언급했지만 사실 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레임덕 대통령이 됐고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부패 스캔들(디올백 수수·주가조작 사건 등)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다”며 “또 야당이 삭감된 정부 예산안을 제안했고, (최재해)감사원장과 고위검찰(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탄핵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완전히 포위당한 대통령처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 사태로 2020년 미국 대선 불복 의회 난입 사태 당시보다 한국이 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의 성급한 행동은 독재 시절을 지나 현대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대한민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벌어진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