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토트넘)이 환상적인 바나나킥 코너킥 결승골로 토트넘을 4강으로 이끌었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4-25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에서 치열한 공방전 끝에 후반 43분 터진 손흥민(풀타임) 결승골에 힘입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4-3 승리했다.
맨체스터 시티(2-1 승)를 꺾은 토트넘은 8강에서 맨유까지 제압, 2021-22시즌 이후 3시즌 만에 4강에 진출했다.
가장 빛난 선수는 역시 ‘캡틴’ 손흥민.
후반 초반 3-0 리드를 잡은 토트넘은 골키퍼 벤 포스터의 치명적 실수로 2골을 내주고 위기에 몰렸다. 후반 18분에는 골문 앞에서 잘못된 패스로 공을 빼앗겨 골을 허용했고, 후반 25분에는 볼 처리를 빠르게 하지 못해 두 번째 골을 내줬다.
토트넘을 위기에서 건져 올린 인물은 손흥민. 후반 43분 왼쪽 코너킥을 얻어낸 손흥민은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킥을 선보였는데 이 공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홈팬들은 환상적인 골에 환호했다.
맨유는 토트넘 선수가 골키퍼를 방해했다고 항의했지만, 비디오판독 없이 손흥민 골(시즌 7호)이 인정됐다. 지난 16일 EPL 사우스햄튼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
토트넘은 대진 추첨 결과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과 4강에서 격돌한다. 리버풀은 올 시즌 EPL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다른 한 쪽은 아스널-뉴캐슬 유나이티드로 확정됐다. 준결승은 내년 1월 첫째 주와 2월 첫째 주에 홈&어웨이로 진행된다.
토트넘이나 손흥민이나 이번 대회를 지독한 무관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EPL에서도 10위까지 떨어진 상태인 데다 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9위에 자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승에 도전할 만한 대회는 카라바오컵 뿐이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리그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16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오를 만큼 기세가 좋았을 때도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EPL 득점왕 등 프로 선수로서 거의 모든 것을 이룬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정든 토트넘을 뒤로하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결정적 이유다.
무관 때문에 아쉬움을 삼키고 있는 것은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EPL 득점왕 등 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지난 2015년 토트넘 이적 후 단 1개의 우승컵도 품지 못했다.
‘토트넘 레전드’를 꿈꾸는 손흥민도 카라바오컵에 강력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손흥민은 직전 사우스햄튼전을 승리로 이끈 뒤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더 발전하고 싶다.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모두가 우승을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난 일반적으로 첫 시즌에는 우승하지 않는다. 늘 2년 차에 우승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2024-25시즌 우승을 확신했다. 실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무관 탈출이 절실한 토트넘에는 이런 말마저 희망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