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남발' 역풍 맞을 가능성에
일부 중진들 崔대행 '탄핵 신중론'
일각 강경론…"대통령 놀이 말라"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에 일단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경제·외교에 집중하는 최상목 권한대행까지 직무정지 시킬 경우 민심 역풍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후 정국 상황에 따라 언제고 탄핵 카드를 꺼내 둘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에 말을 아끼고 있다.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을 맡은 5선 중진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지금은 최 권한대행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나라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내란동조'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위원에 대한 릴레이 탄핵을 예고했었다. 실제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발의한 대통령 및 고위공직자 탄핵소추 횟수는 7회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2회를 포함해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국방부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1회씩이다. 김용현 전 장관과 이상민 전 장관은 표결 전 사퇴해 탄핵소추안이 폐기됐다.
나아가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할 경우 8번째, 윤석열 정부서만 무려 '30번째 탄핵' 사례가 된다. '탄핵 남발'에 따른 여론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탄핵 신중론'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5선의 박지원 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표가 주관한 민주당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 "민주당에서 최 권한대행 탄핵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이 정치권의 최대 쟁점이었던 헌법재판관 2명(정계선·조한창 후보)을 임명해 8인 체제로 만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소영 의원도 의원단 텔레그램에 "최상목 탄핵 언급은 '참을 인' 열 번쯤은 새겨야 한다"고 했다.
4선의 박범계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탄핵을 바로 하는 게 아니라 (최 권한대행에게) 시한을 정해야 한다"며 "모든 혼란의 정점에는 비상계엄의 방식으로 내란을 획책했던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여당과 태극기 부대의 도움, 심지어 군의 도움을 받으면서 내란 획책이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대 국회 마지막 민주당 원내대표이자 3선 의원을 역임한 홍익표 전 의원도 "민주당이 국가적 혼란을 줄이는 모습을 우선 보여야 한다"며 "지금은 자꾸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매듭을 짓고 '예측 가능하게 나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최 권한대행은 민생·경제·외교 등 시급한 국정 현안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통령 경호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적극적 협조 요청 등 정치적 현안에 관한 개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최 대행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강경파'의 의견이 지속 제기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대통령 경호처에 저지되는 상황을 최 권한대행이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를 '제2의 내란'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내) 최 권한대행을 탄핵하자는 강경 모드가 있고, 실제로 움직인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에 대해서는 칼집에 넣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언제 뽑을지 모르기 때문에 최 권한대행이 좀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얘기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6선의 추미애 의원도 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국민은 내란범이 침탈한 주권회복을 위해 눈·비를 맞으며 밤을 새고 있는데 수습해야할 책임자인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놀이만 해서 되겠느냐"라며 "국회는 국정 정상화를 위해 최 권한대행에 대해 형사고발 뿐만 아니라, 탄핵이라는 국회가 가진 국정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수단까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탄핵 정국에서도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것과 관련, "응답률 1~5%짜리 여론조사, 그것도 엉터리 설문으로 사실상 조작된 수치를 무슨 부적이라도 되는양 이마에, 혀끝에 써붙이고 자기 최면 중인 듯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박근혜 탄핵 때보다 훨씬 극우화, 수구꼴통화가 진행된 현 여권 덕분에 보수로 치장된 세력을 근본부터 파산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이 흐름에서 최상목, 정진석(비서실장), 박종준(경호처장), 김성훈(경호차장) 정도는 홍수로 물살 불어나고 있는 와중에 강가 수초에 잠시 걸려 있는 천 쪼가리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