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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美, 中 관세 폭탄 시동…'샌드위치' 韓 반도체 출구전략 고심


입력 2025.01.22 11:07 수정 2025.01.22 11:07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주·유럽·아시아 가리지 않고 관세 부과 예고

"中 2월 1일부터 10% 부과" 발언에 삼성·SK 출구전략 고심

전문가들 "한-미 중심 첨단공정 생산 늘리고 중국 비중은 서서히 낮춰야" 조언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카드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에 25%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중국에 10%를 매기겠다고 폭탄 발언했다.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관세 공격에 국내 산업계 대응도 시급해졌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중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로 펜타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고 관세 대상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내 산업계로서는 그간 우려했던 대중국 관세 폭탄이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언했다. 앞서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중국산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관세는 그의 핵심 공약이었던터라 실현 가능성이 높았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투르스소셜'을 통해 관세 징수를 전담으로하는 '대외세입청(ERS)'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카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계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다. 수출 기업들은 현지 판매가격이 높아지니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중간재를 수출하는 업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한국 등에 자국산 밀어내기를 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진다.


멕시코에 진출한 삼성전자·LG전자 등은 미국 생산능력을 늘리거나 한국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LG전자는 테네시주에 세탁·건조기 공장을 운영 중으로 이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식이 유력하다.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설 이동 남사읍 일대 전경ⓒ용인시
"中 2월 1일부터 10% 부과" 발언에 삼성·SK 출구전략 고심

멕시코에 이어 중국 관세 부과도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지역에 사업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28%를,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전체 D램과 낸드의 41%, 31%를 생산한다.


중국 내 생산 규모가 적지 않은 이들에게 중국 반도체 굴기 대응, 현지 투자 및 수출선 다변화 등 공급망 재배치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중국은 미 제재에 보란듯이 자국 반도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수출통제로 반도체 장비 등의 국산화가 불가피해자, 중국은 반도체 제조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후공정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 전반 국산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D램 1위 업체인 CXMT(창신메모리)는 기존 허페이(Hefei) 외에 베이징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웨이퍼 생산능력을 증설중이다. 주력 제품인 레거시(범용) D램인 DDR4를 저가에 공급하며 전체 D램 가격을 깎아내리고 있다.


중국이 범용 D램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첨단 D램 기술 개발까지 격차를 좁힌다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한기평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자국 세트업체들을 통한 내수 기반과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 강화가 중국 IT산업 전반으로 확산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경우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 공급과잉 부담 확대 및 판가 경쟁 심화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삼성과 SK는 1기 시절 트럼프 정부가 2018년 대중 수입 관세 부과 조치를 하자 일부 제품의 전공정은 중국에서, 후공정은 한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여왔다.


미국이 중국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반입을 막자 웨이퍼를 국내에 들여와 EUV 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물류비는 다소 늘어나지만 중국 생산시설을 활용하면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한국기업평가
"한-미 중심 첨단공정 생산 늘리고 중국 비중은 서서히 낮춰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제재를 계기로 국내 반도체 투톱이 한-미를 중심으로 첨단 공정 설비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국 중심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노리는 미국과 글로벌 기술 우위를 지속해야 하는 한국의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에 투자를 더 늘려 보조금 등을 확실하게 받아내는 한편, 국내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 첨단 기술 경쟁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삼성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가동 시기는 오는 2026년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세울 예정으로 양사 모두 미 상무부와 반도체 보조금을 확정지은 상태다.


그러나 반도체지원법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원을 줄곧 비판해온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 본토 내 투자를 늘리되 보조금도 최대한 챙길 수 있도록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재편 움직임에 동참해 미국에 공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교수는 "삼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SK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확대를 하려면 미국 빅테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삼성·SK가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미국 투자 확대를 고려할만하다"고 설명했다.


미 투자와 더불어 국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과 SK(반도체클러스터)가 참여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최근 산업단지 계획 승인을 받아 2026년 착공이 예상된다.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용인 국가산업단지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가 속도가 나기 위해서는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 제도 지원이 필수적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력망특별법은 국가첨단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위해서는 하루 속히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에 이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종환 교수는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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