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 데일리안 인터뷰
"尹, 현직 대통령…걸맞은 절차 지켜져야"
"이재명 사법 리스크 수사는 '완행'으로,
윤 대통령 수사는 '급행'으로 진행돼"
신년 기획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날인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조사본부(공조본)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일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던 대통령 관저 앞은 대통령 경호처와 공수처·경찰 등 국가기관끼리 대치하고, 탄핵 찬반으로 양분된 시위대는 용산을 가득 메웠다. 혼란한 정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16일 데일리안은 4선 국회의원이자 제18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경륜의 정치인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혼란한 정치상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졌다.
유기준 전 장관은 현 정치 상황을 "말 그대로 혼돈과 무질서 또 국민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인다"라며 "이를 조기에 수습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고, 국민들께서 바라는 경제나 안보·외교 이런 것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많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되고, 또 구속 수사를 받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체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적 절차들이 지켜져야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은 측면도 보이고 국론이 많이 분열된 모습을 보면서 향후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적법하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 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 신분은 변함이 없는데, 그에 맞는 절차와 방식으로 체포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보수 진영의 대표적 어른으로서 자당인 국민의힘에게 조언도 남겼다. 유 전 장관은 '일치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은 이전에 친박·친이로 나뉘어서 힘을 못 모은 경우도 있었다. 또 지난 번에는 우리 손으로 선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인해 임기를 못 마치게 한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이 전체적으로 일관되고 일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최근 들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이 외형적으로는 보이지만 아직도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의사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기 때문에 당론이 정해진다면 그것을 존중하는 게 맞다"라며 "'나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내 소신과 양심만 따른다' 이것이 과연 정말 '다른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4선 중진의원 출신의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동아고등학교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법과대학원 법학석사를 취득해 우리나라와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17~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으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제18대 해양수산부 장관, 새누리당 최고위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부산대 겸임교수,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삼양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유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유 전 장관 인터뷰 전문.
Q.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가 많이 혼돈에 빠져 있다. 얼마 전에는 헌정사 처음으로 대통령이 수사 기관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현재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말 그대로 혼돈과 무질서 또 국민들 입장에서는 굉장한 불안의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인다. 이를 조기에 수습하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고 또 한편으로는 국민들께서 바라는 경제나 안보·외교 이런 것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많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Q.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되고 구속 수사까지 받고 있다. 현 상황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어느 측면에서 보든지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것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체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적 절차들이 지켜져야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지켜지지 않은 측면도 보이고 국론이 많이 분열이 된 모습을 보면서 향후 시빗거리가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적법하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더구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됐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 신분은 변함이 없는데, 그에 맞는 절차와 방식으로 체포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상당히 유감스럽다."
Q. 탄핵 정국을 거치며 사실상 보수가 궤멸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가야 한다고 보는가?
"당이 지금 전체적으로 일관되고 일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우리 당은 이전에 여러 가지 일들로 분열된 적이 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친박·친이로 나뉘어서 힘을 못 모은 경우도 있었고 또 지난 번에는 우리 손으로 선출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인해 임기를 못 마치게 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 들어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이 외형적으로는 보이지만 아직도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국회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정치적인 양심을 가지고 소신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또는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의사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이기 때문에 당론이 정해진다든지 아니면 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결집이 된다면은 그것을 존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나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 내 소신과 양심만 따른다' 이것이 과연 정말 '다른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Q.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회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다고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에는 '현재가 계엄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인가'와 '절차가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왜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것을 하게 됐을까'를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현재의 정치 상황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지금 국회의 다수 의석을 가지고 야당이 탄핵을 29번을 했다. 야당이 다수당의 의석을 활용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폭거를 계속 해온 것이다. 국민들이 '오죽하면 저렇게 했겠느냐'는 공감의 여론이 많이 커지면서 여당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야당의 지지율은 강한 경고를 보내며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Q. 윤석열 대통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거론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에는 지금 이재명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가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떤 역량을 가진 후보가 차기 대선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헌재에서 받아들여서 대통령이 파면돼야 대선을 하는 것인데 이것을 미리 예단해 말씀드리는 것 자체가 적절해 보이지는 않다. 그러니 '차기에 국민의힘에서 내놓을 수 있는 대통령 후보는 어떤 사람이 좋으냐' 이렇게 받아들이고 말씀드리겠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시작해 중진국 그리고 선진국까지 오게 됐는데, 다른 나라에서 200년~250년에 걸쳐서 이륙한 산업혁명을 우리나라는 불과 50~60년 만에 해버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초기에 개발도상국에서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절에 살았던 분들도 있고 또 중진국에 태어나 성장한 사람도 있고, 또 요즘 젊은이들처럼 선진국에 태어나 선진국에 살고 있는 그런 사람도 한 나라에 같이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모든 세대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조금 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주고 경청하고 어떤 경우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도 차용할 수 있는 관용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에는 이제 우리가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잘 살고 또 경제 성장의 효과가 많은 국민들에게 골고루 미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구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 지도자로서, 우리 당의 후보로서 나서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Q.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경륜이 있으신 분이다. 한편에서는 최근의 일련의 정치적 혼란의 원인이 22대 국회에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현재 22대 국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22대 국회가 구성이 된 지가 이제 아직 1년이 안 됐다.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평가를 한다는 것은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22대 국회가 이전 국회와 다른 독특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는 것은 맞다. 예를 들면 야당의 의석이 워낙 많아서 말그대로 야당이 원하는대로 폭주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여당이 의석수가 모자라다보니 마땅히 일을 못하는 곧 여야가 바뀐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래서 대치 국면이나 투쟁이 서로 격화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바람직한 장면은 아닌 것 같다.
어떤 방향성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만, 뒤의 각론은 조금 놔두더라도 전체적인 총론에 맞춰서 국민과 경제 또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22대 국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야가 서로 협력해서 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22대 국회는 이전 국회보다 그런 일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현재로서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본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소위 '방탄 국회'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있어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민주당의 현재 형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이 잘 말해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적인 절차는 완행으로 진행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인 절차는 급행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 같은 경우는 처리하는 시점이 있다. 그렇기에 이는 벌써 끝났어야 하는데 아직도 진행되고 있고 선거법 이외에 여러 사건도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빨리 정리가 돼야 하는데,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조기 대선을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원래 '내 눈에 들보는 잘 안 보인다'고 그런다. '클린핸드의 원칙'이라고 있다. 자기 손이 깨끗해야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지금 자신들의 손은 어떤지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Q. 이런 정치적 혼란 속에서 개헌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인가?
"나는 우리 정치의 혼돈과 무질서가 대통령제니 내각제니 이런 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만약 대통령제에서 내각책임제로 바뀌어도 이런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겠느냐, 그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각책임제로 해버리면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내각을 해산하고 또 선거를 하는 일이 잦아져 혼란이 있을 수가 있다. 그런 경우 오히려 제도가 더 나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더구나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일시적으로 정부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게 그렇게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를 계속하더라도 대통령제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시정하고 보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지지율 차이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대통령이 당선돼도 그 권한을 100% 행사하기 때문에 승자독식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대통령이 권한을 일방적으로 완전히 독식해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들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대통령이 바뀌고 여야 정권이 교체되면 미국 같은 경우 FBI나 CIA 책임자도 그대로 있고 금융기관장도 그대로 있으면서 이전에 해왔던 안보나 경제 정책을 급격히 변화시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들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게 많이 있다. 임기가 있으면 임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5대 권력 기관들이 있는데 이런 기관들은 어느 정도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정치적으로 좀 불안한 상태에서 을사년(乙巳年) 새로운 해를 맞게 됐다. 2025년 새해를 맞아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
"정치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이 장면이 송구스러워서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께 걱정을 드리고 근심을 드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송구스럽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과거를 자꾸 쳐다보면 미래가 없어진다. 대한민국이 그동안에 이룩한 많은 업적이 있고, 그로 인해서 이전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유일한 나라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어떤 위기가 있을 때 국민들이 단합을 해서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이라든지 사회적인 혼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정치인들이 많이 또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