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근거로 단죄 주장,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
당 강령,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없어
‘자유민주주의’와 ‘통일’, 정체성 토대이자 미래
국회 측 소추위원 대표 자격으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최종 의견 진술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몫이고, 결정에 국민으로서 따를 수밖에 없다.
정청래가 읽은, 탄핵 소추위원들과 정당들(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이 힘을 모아 머리를 짜내 정선(精選)하고 정리한 진술을 들으며, 이들이 탄핵을 말할 자격 자체가 과연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의문의 주된 이유는 의견 진술에서 수도 없이 거론한 ‘대한민국 헌법’ 때문이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은 헌법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에 또 강조하면서, 헌법 수호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헌법 근거로 단죄 주장,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헌법을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한 헌법의 적이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그를 파면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의 의견 진술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 필수적 전제조건은 그들 스스로가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서 헌법을 근거로 단죄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이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과연 그럴까.
정청래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조국혁신당은 당 강령에 대한민국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된, 전문(前文)과 제4조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없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근거한 ‘자유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자유’도 찾을 수 없다. ‘민주주의’만 있을 뿐이다.
당 강령,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없어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이 의견 진술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만 말하는 이유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의 강령에는 헌법 제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헌법 제66조 3항(“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헌법 제69조(“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에 적시된 ‘통일’이 어디에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강령에는 ‘통일’ 자리에 남북 ‘공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여섯,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한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추진하며, 남북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이룩할 것이다”).
문재인의 “차이를 인정하며 마음을 통합하고, 호혜적 관계를 만들면 그것이 바로 통일입니다”, 이재명의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 임종석의 “통일하지 말자”라는 것들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강령에 입각한 그들의 신념이다.
조국혁신당의 강령에는 ‘통일’이 아니라 ‘신통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헌법적 통일이 아니라 역시 공존을 의미한다(“8. 우리는 평화공존의 남북관계를 확립하고, 분단극복과 평화번영을 위해 행동한다. 우리는 평화공존의 남북관계로 전환하고, 협력과 연대라는 신개념의 통일을 위해 행동한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주장한 대로 국민의 합의문서, 국민 전체의 약속, 지켜야 할 국가 이정표, 나침판, 국민이고 애국가이고 태극기인 헌법을 존중하고 있는가. 국민 누구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면서 스스로는 어떤가.
대한민국 헌법을 거론하고 헌법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려면 대한민국 헌법 전체를 존중해야 한다. 헌법 일부분만을, 헌법을 짜깁기하듯 필요 부분만 발췌해 이용하면서 헌법을 주장과 판단의 잣대로 세워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와 ‘통일’은 대한민국 정체성의 토대이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인이, 정당이 대한민국 헌법을 입에 담아 “헌법을 파괴한 헌법의 적”, “예외 없이 단호하게 대처”, “헌법 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라 할 자격이 있는가.
필자는 우리 헌법의 전문과 제4조(통일조항)에 적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거로 대한민국과 통일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이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라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법제처의 공식헌법 영문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로 번역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필자는 (통일) 대한민국의 이념적 토대이자 지향성은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Democracy)’라 주장한다.
우리 헌법이 위대한 이유는 이념적 정체성이 민주주의에 어떤 수식어가 붙은, ‘인민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와 같이 여러 민주주의 종류 중 하나가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이를 명확히 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였다. 당시 헌법 영문본은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on the principles of Freedom and Democracy’로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이를 변경해 지금과 같이 ‘the basic free and democratic order’로 되었다.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우리와 같이 분단국으로서 서방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가담했던 서독의 헌법인 ‘기본법(Grundgesetz)’을 참조했다고 본다.
서독 기본법은 국가의 근간이자 이념적 정체성을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ung’으로 적시하고 있고, 이를 직역하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다. 우리 헌법과 동일하다.
‘자유민주주의’와 ‘통일’, 정체성 토대이자 미래
우리 헌법의 전문과 제4조가 헌법 영문본처럼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명기되어야 했으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축약 표현된 것은, 당시 대립·갈등했던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에 대비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서독은 분단 시기에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토대로 국가를 성장시켰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로 동독과 하나가 되어 통일했다. 통일된 후에도 독일은 ‘기본법’을 헌법으로 계승했다.
우리 헌법과 서독 기본법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장황하게 기술하는 이유는 대한민국과 이념적 정체성을 같이 하면서도, 대한민국보다 더욱 성숙한 체제로 평가되는 서독 그리고 통일된 독일의 기본법에 우리 헌법에는 없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독·통일독일은 기본법 제21조에서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나 “목적이나 당원의 행동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침해·손상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위헌이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목적이나 당원의 행동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침해·손상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정당은 국가의 재정지원에서 제외”되고 정당 기부금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이 없다고 명기했다.
제18조에서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공격할 목적으로 표현의 자유 특히 출판의 자유·강의의 자유·집회의 자유·결사의 자유·재산권 또는 망명권을 남용하는 자는 기본권을 상실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서신·우편 및 전신의 비밀’과 ‘거주 이전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으며(제10조·11조), 필요할 경우 군(軍)을 투입(제87조 a)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서독·통일독일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고 확고한 헌법적 노력을 기울였는지, 기울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정당과 정치인을 대한민국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그들을 어떻게 보고 대해야 할지 길을 열어준다.
정청래는 진술 마지막에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며 애국가를 읊었다.
애국가는 대한민국의 국가다. ‘통일’이 없는 정당인(政黨人) 정청래는 ‘대한민국’을 한반도 전역으로 인식하고 애국가를 불렀는가. 아니면 한반도 남쪽만을 ‘우리나라’로 생각하고 그 반쪽 국가의 국가로 애국가를 읊조렸는가.
애국가에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한반도 전체를 말한다. 정청래는 이를 부르며 통일된 조국을 가슴에 담았는가, 아니면 남북 공존의 한반도를 전제했는가.
정청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이 헌법을 근거로 탄핵을 말할 자격이 없음은 물론이고, 이들이 먼저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사실 이들이 먼저 탄핵을 당하여야 할 대상이다. “사적 감정의 정치 보복이나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오직 헌법과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헌법 수호자”, 대한민국 국민의 요구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