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홍역을 앓던 아동이 또 사망했다.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국에서 홍역 감염 확산으로 아동이 사망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기존 입장을 바꿔 백신 접종 필요성을 인정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주에서 홍역으로 8세 어린이가 사망했다. 지난 2월엔 같은 주에서 6세 아동이 사망하기도 했다.
앞서 인근 뉴멕시코주에서는 이름과 성별이 알려지지 않은 성인이 사망했다. 사망자 3명 모두 홍역 백신을 맞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총 607건의 홍역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6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다. 이 가운데 93%인 567건이 주요 지역의 집단 발병 사태와 관련된 것으로 분류됐다.
환자 중 백신 미접종자 비율은 지난해 89%였지만 올해는 97%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미 언론은 '백신 회의론'을 전파한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때문에 홍역 백신 접종률이 지역 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필요한 95%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 불신론자인 케네디는 앞서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폈고, 당국에 이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등 백신에 대한 불안감 조장에 앞장서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달엔 폭스뉴스에 "홍역 유행은 영양실조 때문"이라며 비타민A가 풍부한 식이 보조제를 섭취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비판이 커지자 케네디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홍역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라며 접종을 권고했다. 이전과는 180도 다른 입장이다.
그는 "3월 초부터 CDC 팀을 텍사스에 배치해 홍역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MMR 백신과 기타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고도 했다. 케네디는 비난 여론을 의식하 듯, 이날 텍사스 케인즈 카운티에서 열린 8세 소녀의 장례식에도 직접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