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열세, 주전 줄부상 악재 극복하고 챔프전 5차전 명승부
1·2차전 내준 뒤 3·4차전 승리, 5차전도 3·4세트 잡고 풀세트 접전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도 극찬 “두 시즌 내내 강팀, 좋은 경기력”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정관장의 투혼은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명승부 드라마의 당당한 주역이었다.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2-3(24-26 24-26 26-24 25-23 13-15)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정관장은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아쉽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는 이날 은퇴 경기를 치르게 된 김연경과 6년 만에 정상에 복귀한 흥국생명에 쏠렸지만 정관장 선수들의 부상 투혼은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정관장은 2위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서 3차전까지 가는 끝장 승부를 펼쳤다. 이로 인해 체력적인 열세를 안은 상태에서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다.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스러웠다. 무릎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2차전에 결장했던 염혜선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고, 리베로 노란도 허리가 좋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미들 블로커 박은진은 정규리그 막바지에 발목 부상을 당한 뒤 플레이오프에서야 돌아왔고, 주포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도 무릎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으며 경기에 나섰다.
많은 우려 속에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정관장은 인천 원정서 치러진 1,2차전을 모두 패하며 허무하게 우승을 내주는 듯했다.
홈에서 펼쳐진 3,4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3차전에서는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었고, 4차전에서는 5세트에 7-10으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잡아냈다. 5차전에서도 1,2세트를 먼저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3,4세트를 잡아내며 기어코 승부를 풀세트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막판 뒷심에서 밀리면서 끝내 리버스 스윕에 실패했고, 패배가 확정되자 염혜선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이른바 ‘좀비 배구’는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을 끝까지 괴롭히며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의 극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정관장은 지난 두 시즌 내내 강팀이라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고 잘 싸운 팀이라 동기도 확실하고, 캐릭터도 강했다”면서 “사실 현대건설이 올라오길 바랐는데 정관장이 올라와서 더 긴장하긴 했다. 정관장의 빅 블록을 우리가 더 어려워했다”고 평가했다.
만장일치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한 김연경도 “3차전에 끝냈으면 원하는대로 되는구나 했을텐데 마지막까지 어렵게 하면서 배구가 역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정관장도 너무 좋은 경기력이었다. 최선을 다했고,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