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노코멘트"…한덕수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5.04.21 04:05  수정 2025.04.21 09:25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서

대선 출마 관련 처음으로 입장 밝혀

대권주자 필수 방문 코스 대형교회 예배도

민주당, 십자포화…"간덕수" "사퇴하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언론사 파이낸셜타임스 크리스찬 데이비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서울지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6·3 조기 대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한덕수 대행은 20일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고, 부활절을 맞아 대권주자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서울 대형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한 대행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했다. 외신 인터뷰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졌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공개 대화였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지만 "불출마하겠다"고도 하지 않으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권한대행 체제에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나의 권한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되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한 대행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선 "맞대응하지 않겠다"며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주한미군 철수 카드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이슈에 대해선 "현재로서는 안보 문제를 논의할 '명확한 틀(clear framework)'은 없다"며, 사안의 성격에 따라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한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관련 협정을 다시 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 대행은 또 이날 오전 참모진을 동행하지 않고 홀로 서울 강동구의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면서 여러 해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6일에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지난 13일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이 교회를 방문했었다. 지난 2022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예배에 참석했으며, 2017년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방문한 바 있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 광림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 선교 제140주년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는 축사를 보냈다. 한 대행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정부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을 향해 "간덕수" "사퇴하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대행의 외신 인터뷰는)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자리를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가벼운 인식은 한덕수 총리가 권한대행에 단 하루도 앉아 있으면 안 될 사람임을 입증했다. 지금 당장 국민 앞에 사죄하고, 공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는 간덕수냐"며 "출마하나, 안 하나. 간보기는 언제 끝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정치적 야심에 시급한 통상 대응, 안정적 국정 관리, 중립적 대선 관리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라며 "계속 간을 보는 한 총리도 웃기지만, 오매불망 '한덕수 바라기'인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경선을 왜 하는 것이냐"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영남권 지역순회 경선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 대행의 외신 인터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분의 노코멘트에 대해선 나도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에선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진행한 청년 토크쇼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개헌'을 고리로 국민의힘 후보, 한 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아우르는 '반명(반이재명) 빅텐트론'이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경선 후보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가 언론에 쟁점이 되는 것이 우리로선 나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한 대행의 행보가 조금 아쉽다"며 "한마디로 당당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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