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을 능력 없이 1억 비대면 대출, 사기죄 처벌 못해…입법 공백 메워야" [디케의 눈물 338]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04.29 03:43  수정 2025.04.29 03:43

피고인, 여러 카드회사들 앱 통해 1억원 가로챈 혐의…1·2심 유죄→대법서 파기환송

법조계 "사기죄 성립하려면 '사람' 상대 기망해 속여야…비대면 카드론, 기계로 진행"

"직원 등 사람 개입 없는 시스템, 사람 상대 기망했다고 볼 수 없어…무죄 취지 판시"

"비대면 카드론 설계과정서 승인하는 사람 및 체크 시스템 없어 처벌 공백 생긴 것"

ⓒ게티이미지뱅크

대출금을 갚을 의사와 능력 없이 비대면으로 심사를 받아 카드론 대출을 받은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에 대한 기망이 이뤄져야 하는데 비대면 카드론의 경우 대출 승인 과정이 기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사람에 대한 기망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무죄 취지로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승인하는 사람의 개입, 체크 시스템 등을 강화하는 등 비대면 카드론 시스템을 수정하고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64)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박씨는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면서 휴대전화에 설치된 카드회사 앱을 이용해 대출 상품으로 2차례에 걸쳐 345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로 2023년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날 동시에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여러 카드사에서 1억3000여만원을 대출받으려 했는데 실제로는 기존 채무만 3억원에 육박하고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도 월수입을 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박씨에게 사기 범행이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상 사기죄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고 따라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비대면 대출을 활용한 박씨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의 앱을 이용해 자금용도, 보유자산, 연소득정보 등을 입력한 데 따라 대출이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돼 대출금이 송금됐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송금하는 등 개입했다고 인정할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비대면 카드론 서비스의 구조와 관련한 쟁점 때문에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으로 보인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에 대한 기망을 해 이에 속은 사람이 재산적 처분행위를 해야 한다"며 "비대면 카드론의 경우 대출신청을 승인하는 과정이 기계적 자동적으로 진행되면서 직원 등 사람의 개입이 없는 시스템으로 보이는데 그런 이유로 사람에 대한 기망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 취지로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죄와 비슷한 죄명으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있는데 이는 허위 정보, 부정한 명령, 권한 없이 정보 입력, 변경 등을 하여 재산상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이다"며 "비대면 카드론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를 승인하는 사람의 개입, 입력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는 체크 시스템 등을 두지 않아 처벌의 공백이 생긴 것 같다. 비대면 카드론 시스템을 수정해서 처벌의 공백을 막고 악용 방지를 위해서라도 수정 및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대법원은 형법 제347조에서 규정하는 사기죄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안의 경우 비대면 자동심사 방식의 카드론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카드회사 직원이 대출내역을 심사하거나 입금하는 등 개입한 사정이 없으므로 무죄 판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비대면 은행 대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형법은 사기죄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를 '사람에 대한 기망'으로 설시하고 있고, 대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사람이 개입되지 않은 경우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며 "디지털시대에 따른 입법의 공백으로 볼 수 있고 또한 금융기관은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대출 상대방의 자력 확인 등 대출 자격 심사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씨에 대한 형사상 사기죄는 무죄로 처리되더라도 민사상 대출금 반환소송은 별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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