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28일 하루에만 충남·대전·충북 방문
현충사 찾아 "정의 흐르는 나라 만들 것"
대전시당 "섭섭한 것 다 안고 미래로 가겠다"
육거리시장 "'보수 자존심' 갖고 李 이기겠다"
"충무공께선 오직 국민과 나라만 생각했다. 나 역시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기득권과 이념의 낡은 울타리를 넘어서 정의만이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 충무공께서 했다시피 죽겠다는 각오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
충무공 이순신의 480번째 탄신일인 2025년 4월 28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현충사의 한가운데 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워낙 잦은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한동훈 후보인 만큼 어느 곳을 찾아도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이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그의 얼굴에서 이토록 결연한 표정을 찾아본 것도 오랜만의 일인 듯 싶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검은 양복을 갖춰 입고 우재준·한지아·유용원·진종오 의원 등과 함께 충무문·충의문 등을 거쳐 현충사에 올라 충무공에게 참배를 드릴 때부터 한 후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굳은 결의로 가득 찬 듯했다. 방명록에 "충무공의 마음으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을 남길 때도, 기자들과 만나 결심한 듯 "나라가 무너질 위기 앞에서 12척의 배로 적에 맞선 충무공의 결단력과 용기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입을 뗐을 때도 한 후보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윽고 "오늘이 충무공 탄신일이다. 내 정책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국방과 보훈인데, 충무공 정신을 기리는 장소에서 국방과 보훈 정책을 말씀드리는 게 국민을 잘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기에 오게 됐다"고 언급한 한 후보는 즉각 자신이 구상한 국방과 보훈의 비전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한 후보가 직접 꺼내든 국방·보훈 정책은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 신설 △핵추진 잠수함, 핵잠재력, 4축 체계 구축 △초급·중견간부 처우 획기적 개선 △대통령실 방위산업비서관 신설 △방산수출 원팀 시스템 구축 △방산수출 전용 금융지원 △ AI, 우주·위성, 드론, 로봇 등 4차산업 기술 활용 국방 신산업 분야 육성 집중 투자 등을 핵심으로 담고 있었다.
나라를 지킨 충무공의 사당에서, 앞으로 국가를 어떻게 지켜나가겠단 비전을 꺼내든 건 국방·안보·보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수 지지자들을 향한 호소로 읽히기도 했다. 그럴 만한 것이 이날은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여론조사가 마무리 되는 날이었다. 2차 경선은 책임당원의 투표가 50%, 일반 국민의 여론이 50%가 반영된다. 무조건 최종 2인 안에 들어야 하는 만큼, 한 후보는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이자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권을 찾아 국방·안보 전략으로 집토끼를, 민생·외연 행보로 산토끼를 잡아내야만 했다. 한 후보 역시 "충청은 대한민국 민심의 중간값을 대변해온 곳"이라는 말로 이날 충청 방문의 목적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만큼 한 후보의 이날 행보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걸 보여주고 설명하는데 방점이 찍혀있었다. 현충사에서 기자들로부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질문받자 "나는 경선에서 승리하겠다. 승리하는데 자신 없는 분들이 자꾸 말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조건들을 붙여가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다. 국민의힘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패배주의 아니냐. 우리가 이길 수 있다.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날을 세워 답한 것 역시 자신이 유일한 대안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한 후보의 호소는 같은 날 오전 11시에 열린 국민의힘 대전시당 당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대전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대전시당 5층 대강당을 가득 채운 당원들에게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라. 그 과거에 있었던 아픔, 고통, 그리고 그 과거를 가지고 민주당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내가 다 막겠다"며 "이 과정에서 내게 섭섭하신 분들 많으셨을 줄 안다. 그것을 내가 다 안고 가겠다. 이제 미래로 가야 한다"고 외쳤다.
당원들이 선물한 대전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구단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덧입은 한 후보가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부르짖은 건 단 하나였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후보는 이날 강당을 가득 채운 200여명에 달하는 당원들을 향해 "내가 누구고, 얼마나 이기고 싶은지 알고 계시느냐"라며 "우리가 이기는 건 한동훈이 이기는 것도 되지만 우리 보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상식적인 사람이 이재명에 이긴다는 말도 된다.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강국이 되고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발전한다는, 대한민국이 이긴다는 말도 된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한 후보를 보기 위해 충청도 각지에서 몰려든 지지자들은 이 같은 외침에 맞춰 "어대한(어차피 대통령은 한동훈)"이나 "이겼다"라는 소리를 리듬감 있게 반복했다. 이에 고취된 듯 한 후보의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그는 "이 전쟁 같은 선거(조기대선)에서 여러분의 용병이자 무기가 되겠다. 내가 허세를 부리는 것 같느냐. 내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는 게 안 느껴지시느냐"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12척의 배가 아니라, 국민 과반을 늘 주도했던 보수정당의 책임감·자존심·전통이다. 내가 그 확신을 여러분과 나누면 우린 반드시 이긴다"고 강조했다.
현충사와 대전시당을 찾은 한 후보의 발걸음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육거리종합시장에 멈춰섰다. 충남과 대전을 찾은 뒤, 충북까지 간 것이니 하루 만에 충청도를 모두 순회한 셈이다. 이곳에서 한 후보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어대한"과 "이겼다"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가득했으며, 한 후보가 오는지 모르고 장을 보러 나왔던 청주시민들은 언뜻 비치는 한 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곱다"거나 "잘 생겼다"는 말을 꺼내며 그를 둘러싸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시민들과 지지자들을 맞았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든 공간에서도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들어오는 셀카 요청에 하나하나 응답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 후보가 육거리시장을 찾은 건 단순히 충청도를 모두 방문했다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호두과자·칼국수·반찬거리 등을 검은색 봉지에 담아 손목에 주렁주렁 건 한 후보는 지난해 3월 총선 기간 찾았던 같은 시장을 다시 찾아 상권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다.
시장거리를 한 바퀴 돈 한 후보가 시장회관의 한 켠에 앉아 육거리시장 상인회장을 만나 "이 치열한 전쟁 같은 경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는게 누구를 꺾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고 실제 생활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데 있다"며 "정치하는 사람으로 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꼭 내가 이겨서 경제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다독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마지막으로 한 후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12척의 배가 아니라, 국민 과반을 주도했던 보수정당의 책임감·자존심·전통"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을 갖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다. 그 확신을 갖고 있는 내가 여러분과 그것을 나누면 우린 반드시 이긴다. 내가 이재명과 싸워서 여러분께 빛나는 승리를 가져갈 수 있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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