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무공처럼 죽겠다는 각오로 나라 구하겠다"…충청 흔든 '한동훈의 호소'

데일리안 아산(충남)·대전·청주(충북) =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4.29 00:00  수정 2025.04.29 00:15

한동훈, 28일 하루에만 충남·대전·충북 방문

현충사 찾아 "정의 흐르는 나라 만들 것"

대전시당 "섭섭한 것 다 안고 미래로 가겠다"

육거리시장 "'보수 자존심' 갖고 李 이기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육거리시장을 찾아 시장 상인·시민·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충무공께선 오직 국민과 나라만 생각했다. 나 역시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기득권과 이념의 낡은 울타리를 넘어서 정의만이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 충무공께서 했다시피 죽겠다는 각오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


충무공 이순신의 480번째 탄신일인 2025년 4월 28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현충사의 한가운데 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워낙 잦은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한동훈 후보인 만큼 어느 곳을 찾아도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이 없을 것이라 여겨졌던 그의 얼굴에서 이토록 결연한 표정을 찾아본 것도 오랜만의 일인 듯 싶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검은 양복을 갖춰 입고 우재준·한지아·유용원·진종오 의원 등과 함께 충무문·충의문 등을 거쳐 현충사에 올라 충무공에게 참배를 드릴 때부터 한 후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굳은 결의로 가득 찬 듯했다. 방명록에 "충무공의 마음으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라는 한 문장을 남길 때도, 기자들과 만나 결심한 듯 "나라가 무너질 위기 앞에서 12척의 배로 적에 맞선 충무공의 결단력과 용기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입을 뗐을 때도 한 후보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윽고 "오늘이 충무공 탄신일이다. 내 정책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국방과 보훈인데, 충무공 정신을 기리는 장소에서 국방과 보훈 정책을 말씀드리는 게 국민을 잘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기에 오게 됐다"고 언급한 한 후보는 즉각 자신이 구상한 국방과 보훈의 비전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한 후보가 직접 꺼내든 국방·보훈 정책은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 신설 △핵추진 잠수함, 핵잠재력, 4축 체계 구축 △초급·중견간부 처우 획기적 개선 △대통령실 방위산업비서관 신설 △방산수출 원팀 시스템 구축 △방산수출 전용 금융지원 △ AI, 우주·위성, 드론, 로봇 등 4차산업 기술 활용 국방 신산업 분야 육성 집중 투자 등을 핵심으로 담고 있었다.


나라를 지킨 충무공의 사당에서, 앞으로 국가를 어떻게 지켜나가겠단 비전을 꺼내든 건 국방·안보·보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수 지지자들을 향한 호소로 읽히기도 했다. 그럴 만한 것이 이날은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여론조사가 마무리 되는 날이었다. 2차 경선은 책임당원의 투표가 50%, 일반 국민의 여론이 50%가 반영된다. 무조건 최종 2인 안에 들어야 하는 만큼, 한 후보는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이자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권을 찾아 국방·안보 전략으로 집토끼를, 민생·외연 행보로 산토끼를 잡아내야만 했다. 한 후보 역시 "충청은 대한민국 민심의 중간값을 대변해온 곳"이라는 말로 이날 충청 방문의 목적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오전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참배를 마치고 걸어나오는 모습(왼쪽)과 참배 직후 충무문 앞에서국방 보훈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그런만큼 한 후보의 이날 행보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걸 보여주고 설명하는데 방점이 찍혀있었다. 현충사에서 기자들로부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질문받자 "나는 경선에서 승리하겠다. 승리하는데 자신 없는 분들이 자꾸 말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조건들을 붙여가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다. 국민의힘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패배주의 아니냐. 우리가 이길 수 있다.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날을 세워 답한 것 역시 자신이 유일한 대안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한 후보의 호소는 같은 날 오전 11시에 열린 국민의힘 대전시당 당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대전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대전시당 5층 대강당을 가득 채운 당원들에게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라. 그 과거에 있었던 아픔, 고통, 그리고 그 과거를 가지고 민주당이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내가 다 막겠다"며 "이 과정에서 내게 섭섭하신 분들 많으셨을 줄 안다. 그것을 내가 다 안고 가겠다. 이제 미래로 가야 한다"고 외쳤다.


당원들이 선물한 대전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구단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덧입은 한 후보가 이토록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부르짖은 건 단 하나였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후보는 이날 강당을 가득 채운 200여명에 달하는 당원들을 향해 "내가 누구고, 얼마나 이기고 싶은지 알고 계시느냐"라며 "우리가 이기는 건 한동훈이 이기는 것도 되지만 우리 보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상식적인 사람이 이재명에 이긴다는 말도 된다.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강국이 되고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발전한다는, 대한민국이 이긴다는 말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대전 동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대전당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전에 위치한 성심당을 방문한 뒤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오로지 한 후보를 보기 위해 충청도 각지에서 몰려든 지지자들은 이 같은 외침에 맞춰 "어대한(어차피 대통령은 한동훈)"이나 "이겼다"라는 소리를 리듬감 있게 반복했다. 이에 고취된 듯 한 후보의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그는 "이 전쟁 같은 선거(조기대선)에서 여러분의 용병이자 무기가 되겠다. 내가 허세를 부리는 것 같느냐. 내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는 게 안 느껴지시느냐"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12척의 배가 아니라, 국민 과반을 늘 주도했던 보수정당의 책임감·자존심·전통이다. 내가 그 확신을 여러분과 나누면 우린 반드시 이긴다"고 강조했다.


현충사와 대전시당을 찾은 한 후보의 발걸음은 충북 청주에 위치한 육거리종합시장에 멈춰섰다. 충남과 대전을 찾은 뒤, 충북까지 간 것이니 하루 만에 충청도를 모두 순회한 셈이다. 이곳에서 한 후보는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어느 곳을 둘러봐도 "어대한"과 "이겼다"를 외치는 지지자들이 가득했으며, 한 후보가 오는지 모르고 장을 보러 나왔던 청주시민들은 언뜻 비치는 한 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곱다"거나 "잘 생겼다"는 말을 꺼내며 그를 둘러싸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시민들과 지지자들을 맞았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든 공간에서도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들어오는 셀카 요청에 하나하나 응답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 후보가 육거리시장을 찾은 건 단순히 충청도를 모두 방문했다는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호두과자·칼국수·반찬거리 등을 검은색 봉지에 담아 손목에 주렁주렁 건 한 후보는 지난해 3월 총선 기간 찾았던 같은 시장을 다시 찾아 상권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다.


시장거리를 한 바퀴 돈 한 후보가 시장회관의 한 켠에 앉아 육거리시장 상인회장을 만나 "이 치열한 전쟁 같은 경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는게 누구를 꺾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고 실제 생활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겠다는데 있다"며 "정치하는 사람으로 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꼭 내가 이겨서 경제를 다시 살려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다독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마지막으로 한 후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12척의 배가 아니라, 국민 과반을 주도했던 보수정당의 책임감·자존심·전통"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을 갖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다. 그 확신을 갖고 있는 내가 여러분과 그것을 나누면 우린 반드시 이긴다. 내가 이재명과 싸워서 여러분께 빛나는 승리를 가져갈 수 있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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