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서 조정 회의 열어 9시간가량 마라톤 협상 벌였으나 합의점 찾지 못해
노조 "통상임금에 상여금 반영"…사측 "상여금 조항 개정해 통상임금 수준 낮춰야"
쟁의행위 중 양측 물밑 협상 이어갈 듯…노사 추가 교섭 일정은 아직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30일 오전 첫차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일단 2년 연속 파업이라는 최악의 경우는 면했지만, 노조가 쟁의행위에 나서면서 출근길 운행 차질이 우려된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2시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지난 29일 오후 5시쯤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회의를 열어 9시간가량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쟁의행위 중에도 양측은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노사 간의 추가 교섭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여부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협상 결렬 뒤 취재진과 만나 "노사 간에 입장차가 너무 커서 조정중지를 신청했다"며 "통상임금은 조정안에도 없는 것인데 (사측이) 협상 테이블로 들고나왔기에 그게 가장 쟁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9일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한 데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하며, 이는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할 대상도 아니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와 함께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 ▲동일노동 임금차별 폐지 ▲현행 만 63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된 것인 만큼,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면 임금체계 역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여금 조항의 폐지나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이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에게 불편 끼치지 않으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간극이 커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며 "통상임금 문제가 여러 업계에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뭔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누적 부채가 이미 1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서울시 또한 통상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면 각종 법정 수당도 오를 수밖에 없고, 인건비 상승은 결국 시에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기본급 8.2%를 추가 인상할 경우 운수 종사자 인건비 총액이 매년 약 3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시는 추산했다.
지노위에서는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과 통상임금 산입 문제를 추후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양측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막판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준법운행에 나섰다. 승객이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는 등 안전이 확보된 것을 확인 후 출발하거나 앞서가는 차를 추월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연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우선 이날 하루 경고성 투쟁을 하고, 5월1일부터 연휴 기간 동안에는 정상 운행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휴일 기간에 시민들의 불편을 생각해 정상운행을 하고, 그 사이에 사측과 서울시에 성실 교섭을 촉구할 것"이라며 "합의가 안되면 5월8일 전국자동차노조 지역 대표자 회의가 예정돼있는데 그날 어떤 방식으로 투쟁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노조가 준법운행을 이어가다 총파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박 위원장은 "준법운행을 하다가 (협상이) 잘 안되면 파업에 들어간다"며 전국시도자 대표자회의를 열어 전국동시다발 파업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지난해 3월 29일 12년 만에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가 11시간 만에 타결한 바 있다.
사측과 서울시는 노조가 총파업을 유보하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여전히 노사 간 갈등이 진행 중으로, 향후 파업으로 쟁의행위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노사 합의가 도출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