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이 허 대표를 30여 차례 소환 조사하고, 하늘궁을 압수수색하는 등 장기간 동안 수사를 벌여왔다고 알려졌다. 그 결과 5월 16일에 영장이 발부됐고, 23일에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는 것이다.
그는 2023년 12월에 신도 80여 명으로부터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지난해 2월에는 20여 명의 신도로부터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발됐다. 고발인들은 허 대표가 자신이 창조주라고 주장하며 터무니없는 가격에 영성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축복에너지 100만원, 대천사 칭호 1억원 등의 가격이었다고 보도됐다.
‘대통령대리’라는 상품도 1000만원에 판매됐는데, 허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구매자를 대통령 대리인으로 임명하고 수사기관의 조사나 체포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10여 명의 피해자가 피해를 본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고 한다. 이밖에 ‘불로유’ 등 또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가 이어진다고 한다.
이제 송치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 유죄가 확정되진 않았다. 앞으로 검찰 조사와 재판을 거쳐야 한다. 최종 결론은 뒤로 미루더라도 현재까지 알려진 경찰 수사 결과만으로도 허경영 대표에 대해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냉정하게’라고 한 것은 허 대표를 맹신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맹신했을 때 자칫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선 최종 결과가 확인될 때까진 맹신을 삼가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언제부터인지 허 대표는 양주시 장흥면에 이른바 ‘하늘궁’이라는 거대 시설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그곳에서 그를 맹신하는 이들을 불러 모아 에너지 치료 같은 것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 정도 규모의 시설을 운영하고 사람들을 모을 정도면 상당한 재산을 이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게 다 허 대표가 일각에서 심지어 신격화까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큰 믿음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면, 허 대표의 신망을 올리는 데 일조한 이들이 반성해야 한다.
허 대표가 단기간 동안에 하늘궁이라는 거대 시설까지 이룩한 것은 거의 ‘허경영 신화’라 할 만하다. 이게 정당한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자수성가 사례로 칭송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혹들이 제기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만 거대 정당의 후보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정치 스타 외엔 대부분 기억되지 못한다. 그런데 대단히 예외적으로 허경영만은 과거 대선 출마 당시 지지율이 매우 낮았음에도 대중적인 화제가 됐다.
공약도 황당하고 그의 언행도 일반적 정치 지도자와는 달리 매우 기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웃기는 B급 캐릭터 느낌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심지어 노래를 발표하고 광고에 나오기까지 했다.
그런 식으로 유명해지자 방송 언론이 허경영의 근황을 자주 보도했다. 뉴스 생방송 스튜디오로 허경영을 출연시켜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허경영의 주장이 여과 없이 국민에게 알려졌다.
그는 자기 눈을 바라보거나 손을 만지기만 해도 병이 낫고 운이 트인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하곤 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걸 그저 재미있는 만담 정도로 여겼다. 허경영의 공약을 두고 나름 괜찮은 정치적 비전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애초에 허 대표를 그렇게 부각시킨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때까지는 위험성이 대두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치더라도, 점점 허 대표 주위에 사람들이 몰린다든가 금전적 후원의 존재 가능성 이야기가 나온 다음부터는 허 대표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는 걸 조심했어야 했다.
허 대표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믿음의 대상이 되면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동안 방송 언론은 여전히 허 대표를 부각시켰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허 대표를 긍정적으로 거론했다.
눈을 바라보거나 손을 만지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 식의 주장은 위험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걸 간과한 것이다. 방송 언론에서 계속 부각되니까 누군가는 맹신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 집단적 맹신의 결과 사람들의 돈이 모여 허 대표가 거대한 부를 이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선 앞으로 검찰 조사와 재판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론이 날 때까지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게 좋겠다. 범죄 판결 여부와 별개로, 애초에 병을 낳게 하고 운을 틔워주는 힘을 가졌다는 식의 초자연적인 주장에는 경계심을 가졌어야 했다. 허 대표가 과거 ‘국내외 유명인을 만났다, 그런 이들과 특수관계다, 공중부양을 한다’ 이런 식의 말들을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반 상식이나 과학 원리에서 벗어나는 주장은 근거가 확인될 때까지는 섣불리 맹신하지 않는 것이 시민의식이다. 언론도 비과학적 주장을 전하는 확성기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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