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플에 25% 관세를 때린 이유는…“중동순방 동행 안 한 탓”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1월20일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애플 공장을 방문해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 동행을 거부해 그를 격분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쿡 CEO와 애플을 비난하며 애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3~16일 중동 3개국 순방을 앞두고 여러 미 기업 CEO들에게 동행을 권유했지만 쿡 CEO는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쿡 CEO를 여러 차례 비난했다. 그는 특히 여러 CEO가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칭찬하면서 “쿡은 여기 없지만 당신은 있다”라고 직접 언급했다. 카타르에서도 “쿡과 약간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애플이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아이폰을 콕 집어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이더(SNS) 트루스소셜를 통해 “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인도나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고 쿡에게 오래전에 알린 바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지난 8년간 트럼프에게 가장 사랑받은 CEO로 꼽혔던 쿡이 지금은 백악관의 최대 표적 중 한 명이 됐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올들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외에도 지난달 자사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 쿡 CEO와 불화로 2019년 회사를 떠난 유명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에 합류, AI 기기 개발을 본격화하며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3월 AI 음성 비서 ‘시리’의 핵심 기능의 일부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혀 AI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쿡 CEO가 지난주 백악관에 여러 차례 전화하고 회의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다지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23일 보도했다. 애플과 백악관은 쿡 CEO의 트럼프 순방 거부로 인한 갈등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