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족자원 고갈 현상, 어민 소득 직격
동해 오징어 대박 꿈꾸며 출항하지만
인건비·기름값 등 빼면 조업해도 ‘적자’
더 많이 잡으러 먼바다 가니 사고↑
“일을 왜 나가냐고요? 안 나가면 100만원 손해인데, 나가면 그나마 50만원 밖에 손해를 안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거예요. 사람들은 못 믿겠지만 우린 잘 알죠. 진짜 지금 바다는 적자 투성입니다.”
엄성인 경북 포항시 구룡포수협 경제상무는 어민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출항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바다 위에서 2박3일을 잠자며 조업해도 만선은 둘째 치고 빈 배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과장된 이야기라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이구동성 같은 말을 했다.
일부 어종이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장 단적인 예가 오징어다. 과거 동해는 9월부터 12월까지가 오징어 성수기였다. 지금은 아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어획량이 96%나 줄었다는 게 구룡포수협 관계자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업을 나가면 적자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고 배를 마냥 세워둘 수도 없다. 출항하지 않아도 외국인 선원들 월급은 줘야 한다. 돈에 쫓기는 어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일단 배를 끌고 나간다.
“지금 오징어 배는 전체적으로 조업을 포기한 배들이 80~90% 정도 된다고 본다. 어가(魚價)도 떨어져 손을 놓은 어선이 천지다. 지금 울산 앞바다에서만 일부 오징어가 나오고 있다. 독도에도 있긴 한데 크기가 작아 상품이 안 된다. 오히려 서해가 나은 상황이다.”
엄성인 상무는 동해 오징어 상황을 “서해에서 하루 잡는 양이 동해에서 한 달 잡는 양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엄 상무 설명에 따르면 오징어 어획량은 줄어드는 데 어가는 잘 오르지 않는다. 반면 인건비와 기름값은 줄줄이 오른다. 오징어가 없으니, 어민들은 더 먼바다로 나간다. 2박3일 조업도 허다하다. 멀리 가서 오래 작업하다 보니 해양 사고 위험도 커진다. 풍랑이 높아 출항을 못 하는 날도 많다.
비단 오징어만의 문제도 아니다. 구룡포 경우 전체 어획량 자체가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김성호 구룡포수협 조합장은 “우리 조합 위판 금액에 가장 많았을 때가 1년에 1600억원 정도인데, 지난해 604억원에 그쳤다”고 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김 조합장은 “홍게 위판도 많게는 하루 2억원 정도를 했었는데 요즘은 하루 1000만원 수준이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배들은 도산 직전”이라고 했다.
오징어, 홍게처럼 극단적이진 않지만 공공 기관 조사에서도 수산물 어획량 감소는 확인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어업 총생산량은 84만1000t이다. 전년 생산량 95만1000t 대비 11.6% 줄었다. 최근 5년 평균 생산량 95만5000t과 비교해도 9.1%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전년대비 오징어와 갈치는 각각 1만3000t, 4만4000t씩 생산해 전년대비 42.1%, 26.6%씩 줄었다. 꽃게는 2만t을 잡는 데 그쳐 23.3% 감소했다. 멸치도 같은 기간 12만t을 잡으며 전년대비 18.8% 쪼그라들었다.
서해 꽃게도 어획량 감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수과원은 지난 3월 올해 봄철 서해 꽃게 어획량이 평년에 견줘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수과원은 서해 꽃게 어획량이 최근 5년 평균(5152t)과 비교할 때 60~101% 수준이다. 이는 최근 10년 최대 어획량을 기록한 지난해(8880t)와 비교하면 35~59% 정도다.
김성호 조합장은 “어민들은 근해에 고기가 없으니까 배를 몰고 계속 멀리 나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있었던 제주도 어선 사고도 결국은 어장(漁場)의 문제가 시발점”이라며 “일단 EEZ(배타적경제수역)나 한일어업협정과 같이 어장 문제라도 푸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이놈 저놈 안 가리는 ‘그물’…“이러다 다 죽어”[씨 마른 바다④]에서 계속됩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