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직영 서비스센터 및 유휴부지 매각 공식화
노사 상견례 돌연 불참 통보… 글로벌 긴급회의 사유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 동남아 '시장 철수' 담당자
2028년 한국 시장 철수 밑작업하나… 힘 얻는 철수설
한국GM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및 일부 부지 매각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국 철수설'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2년 전 부임한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앞서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철수를 직접 도맡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에서의 임무 역시 '시장 철수'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한국GM은 지난 28일 오후 6시 경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의 9개 GM 직영 서비스 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386개 협력 정비센터를 통해 고객 지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GM 한국사업장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 매각에 대해서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GM 본사의 자산 매각을 공식화한 것으로,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정비망을 없애고 부평공장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현재 한국GM 부평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고 있는 부평2공장만 가동 중이며, 1공장은 사실상 셧다운된 상태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의 이번 결정은 미국 자동차 관세 시행 이후 불거졌던 '한국 철수설'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 한국GM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트럼프 행정부의 25%의 자동차 관세 정책의 최대 피해 업체로 꼽혀왔다.
한국GM의 작년 미국 수출량은 약 41만대로 대미 수출 비중이 무려 85%에 달한다. 매출 및 영업이익도 90% 이상이 미국 수출에서 나온다. 완성차 내수 시장에선 점유율이 2% 수준인 만큼, 수출이 줄면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본사인 GM(제너럴모터스)의 글로벌 주요 시장 철수 결정이 그간 빠른 속도로 결정돼온 점, 또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앞서 동남아 시장 철수를 담당해온 인물이었단 점도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GM은 생산 기지에서 비용 증감 등 변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철수를 결정하는 업체로 잘 알려져있다. 앞서 2013년에 호주에 이어 2015년 인도네이사와 태국, 2017년엔 유럽과 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철수했다. 2018년 철수한 한국의 군산공장 역시 유럽 시장 철수에 따라 하루아침에 이뤄졌다.
이 가운데 현재 한국GM의 사장인 헥터 비자레알 CEO는 GM이 철수한 시장 중 두 군데에서 철수 및 매각 작업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비자레알 사장은 2019년 동남아시아 사장에 임명돼 초기엔 신차를 현지에 공격적으로 도입했으나, 이후 본사의 결정에 따라 GM의 인도네시아 철수, 태국 공장 철수 및 매각 작업 등 동남아 사업 축소를 직접 담당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관세 조치 이후 GM 본사 차원의 긴급 결정이 늘고 있다는 점도 언제든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단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실제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은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 당일 노동조합에 공지 없이 긴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조는 "글로벌 GM 긴급회의로 인해 헥터 비자레알 사장, 로버트 부사장, 아쉬프 부사장이 불참을 통보해왔다"며 "일방적인 통보였으며, 노조는 상견례 연기 요청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문서로 회신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 발송했다. 2027년 말 재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산 매각을 결정한 날, 글로벌 GM 본사에서는 미국 엔진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오토모티브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GM은 이날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달러(1조2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 정부와의 계약 종료가 머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GM이 앞으로 시장 철수 밑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한국에서 2종의 차량을 개발 및 생산하고, 2027년까지 영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0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등 2종의 차량을 개발 및 생산했으며, 2028년부터는 정부와의 계약에서 자유로워진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경우 실업자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회사가 어려워져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국GM이 현재 처한 상황에서 보면 얼마든지 한국 시장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최근 공장 물량 확대 등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2년은 수익이 줄어도 산은과의 계약이 묶여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생산을 이어가야한다. 신차를 투입하지 않는 이상 생산 물량을 몇 천대 확대하는 걸로는 철수설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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