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독 형식으로 '김문수에 힘 몰아달라'
메시지 내용·형식·시점 모두 부적절 지적
"본인이 자폭해놓고…이재명 도와주는 꼴"
"李 장남에 유시민, 좀 좋아지나 했는데…"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린 6·3 대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2·3 비상계엄 발령으로 파면당해 이번 대선을 촉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서 대독하는 형식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 호소 메시지를 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은 호기를 잡아 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광훈 목사 주도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집회에서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대독하게끔 했다.
이 전 부원장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6월 3일 투표장에 가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하고,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정상국가의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며 "지금 김문수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고 승리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의 내용과 전달 형식, 공개 시점 등이 하나같이 모두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윤 전 대통령 본인의 자성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본래 윤 전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027년까지였다. 2022년 대선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이 있다면, 윤 전 대통령 원래 임기 내에는 무조건 재판 결과가 확정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 본인이 지난해 12월 12·3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자폭수를 둬서 스스로 파면을 자초하고, 결국 6·3 대선이 열리게 됐다"며 "'절체절명의 위기'는 윤 전 대통령 본인이 원인 제공자나 마찬가지인데, 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이 '지금 이 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마치 남의 이야기 말하듯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혀를 찼다.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지난 27일 3차 TV토론에서 이른바 '내란 프레임'을 전면 가동하며 김문수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을 엮어가려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 지지 메시지를 낸 것은 이러한 이 후보의 프레임을 오히려 강화시켜주는 이적(利敵) 행위가 됐다는 것이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김문수 후보가 3차 TV토론 때 이재명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왜 '사면하지 않겠다'고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않아서 공격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며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해서 깝깝한데, 지지 메시지까지 나오니 오히려 이재명 후보더러 '공격하라'며 도와주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메시지를 하필이면 전광훈 목사 주도 집회에 전달해 대독하게끔 한 것도 극히 부적절했다는 관측이다. 이 역시 민주당이 김문수 후보와 전광훈 목사 영향력 아래에 있는 극단 세력을 엮어 공격하고 있는 와중에, 전 목사 주도 집회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를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은 중도층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이재명 (후보)이가 싫긴 한데, 혹시 김문수 (후보)가 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전광훈 (목사)이 득세하는 세상이 오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다"며 "막판에 이재명 후보 장남 문제와 유시민 (전 이사장) 막말이 나와서 조금 좋아지나 했는데, 표를 인위적으로 쫓으려는 듯한 자폭성 메시지가 나와서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金, 전광훈·윤석열과 단절 못해"
조승래 "국민의 질타에도 관계 안 끊어"
문성호 "金, 한 번도 윤석열 비판 안해"
김용태 "尹, 국민의힘 주변 얼씬도 말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그리고 이준석 후보의 개혁신당은 대선 막판에 바라지도 않았던 호재가 생기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윤 전 대통령과 엮어 김문수 후보 난타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문수 후보가) 극우 전광훈과 내란 수괴 윤석열과 단절을 지금까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내란 후보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김문수 후보의 본질을 꿰뚫어봐주시고, 김문수 후보의 당선은 곧 상왕 윤석열의 귀환이자 전광훈 아스팔트 목사의 귀환을 뜻하는 것이라 꼭 생각해달라"고 주지했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선거 막판 내란 수괴 윤석열이 다시 등장해 '6월 3일 투표장에 가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라'고 지령을 내렸다"며 "국민께 총구를 겨눠놓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강변하는 내란 수괴의 뻔뻔함이 놀랍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 질타에도 윤석열·전광훈과의 관계를 끊지 않았다. 윤석열은 자신을 보호해주고 사면해줄 후계자로 김문수 후보를 간택한 것"이라며 "전광훈의 지지 선언에 이어 윤석열의 투표 지령까지 획득한 지금, 김문수 후보는 부정할 수 없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후계자이자 대리인"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문성호 개혁신당 선대본 대변인도 "윤석열이 전광훈 집회에서 대독 형식으로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며 "비상계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 장본인이 자유민주주의를 입에 담는 것이 역겹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윤석열이 애틋하게 김문수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전광훈이 아스팔트 우파를 동원해 돕는 모습을 보면 김문수의 뒤에 윤석열과 전광훈이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며 "김문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인 입으로 윤석열을 비판한 적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에 마련된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 순직자 빈소를 참배한 직후, 동행취재단 기자들과 만났으나 "여기서 정치적 현안을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문답 없이 다음 유세 현장인 경북 경주로 이동했다.
다만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이) 자진탈당하지 않으면 당헌을 개정해 자동 출당시키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했었다"며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이 저지른) 계엄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후보"라며 "계엄이 아니었으면 이재명 후보는 대선 출마는커녕 지금쯤 정치권에서 퇴출됐을 것"이라고 역공을 시도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