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빙?…여전히 안갯속 케이팝 콘서트 재개 [中대륙 속 케이팝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5.31 04:04  수정 2025.05.31 04:04

한한령 이후 연간 3000억~5000억 피해 추산

이펙스 중국 콘서트 취소...한한령 해제 불확실성 계속

2016년, 대한민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은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문화 교류 영역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제재, 일명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중국 내 확산을 극심하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룹 이펙스 ⓒC9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콘텐츠의 방영 및 유통이 중단되거나 현저히 축소되었으며, 케이팝(K-POP) 그룹들의 중국 본토 활동 역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이는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케이팝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국내 관련 업계가 연간 3000억~5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피해액은 수조 원대에 이른다.


얼어붙은 정국 속에서 최근 그룹 이펙스의 중국 단독 콘서트 개최 확정 소식은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처럼 여겨졌다. 예정대로라면 5월 31일 약 1000석 규모의 상하이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공연은, 한한령 이후 멤버 전원이 한국 국적인 가수의 본토 공연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9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굳게 닫혔던 중국 공연 시장의 문이 조심스럽게나마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펙스의 중국 콘서트가 최종적으로 취소되면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이펙스의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는 “이펙스 공연 성사 소식이 알려진 뒤 중국 내 케이팝 공연 유치를 빙자한 사기가 늘어 중국 당국에서 공연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펙스 공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중국 최대 SNS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7위까지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화제성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물론 올해 1월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가 산시성 시안과 후베이성 우한, 허난성 정저우 공연을 허가받았으나, 검정치마의 국적은 미국이다. 이 외에도 한국 국적의 3인조 래퍼 호미들이 공연을 열긴 했으나 정식 상업 공연이 아닌 한중 청소년 교류 행사의 일환이었다.


이에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공연이 번번이 무산됐고, 지금까지 열린 몇몇 공연도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라고 볼 만한 사례는 없었다”며 “한국의 A급 가수 공연이 실제로 열리지 않는 한 한한령이 해제됐다고 확언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한령의 완전한 해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론은 여전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양국 정부 간의 문화 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점진적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실제로 일부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중국 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공개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현지 팬들의 케이팝에 대한 변함없는 높은 수요는 잠재적인 시장 회복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여전히 지피고 있다.


과거 대만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팝스타 케이티 페리도 다시 중국 공연에 나서면서 한한령도 완화하고, 공연계의 빗장을 풀고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앞서 케이티 페리는 2016년 대만 공연에서 반중국 성향의 학생 시위를 상징하는 해바라기 장식의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던 것이 문제가 돼, 이후인 2017년 행사 참석차 중국에 입국하려 했으나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입국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티 페리는 이후 약 8년 만인 올해 11월 항저우에서 총 3만 6000명의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펙스 콘서트의 갑작스러운 취소는 케이팝 그룹의 중국 본토 활동 재개가 여전히 극복해야 할 정치적, 외교적 난관이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도 “지금 당장 한국 대중문화 수입 전면 재수입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언젠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 시장만큼이나 중국 시장도 한국 대중문화 수입 재개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상황을 비롯해 문화 교류와 관련해 다양한 요인들이 여전히 작동할 가능성이 큰 만큼 추후 교류가 가능해지더라도 이러한 요인들에서 한국 콘텐츠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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