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선거법 사건' 환송심 재판 연기
巨與, 12일 본회의서 '형소법' 처리 예고
통과시 '면소'…野 "방탄법 입장 밝혀라"
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이른바 '이재명 방탄법'이라 일컫는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통상 새정부 출범 초반 정부·여당이 손짓하고 야당이 화답하는 '허니문'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 수순은 여야 대립을 한층 격화시킬 조짐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재임 중엔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흘 뒤 예정된 본회의에) 형소법 개정안은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날 고등법원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연기했다.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는 게 고법의 설명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는 소추의 개념에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는데, 재판부는 불소추특권에 진행 중인 형사재판도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사건 재판은 앞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이 대통령에 불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재판이다. 그러나 법원의 이같은 결정으로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특히 고법의 이번 결정으로 선거법 위반 외 이 대통령을 둘러싼 4개 재판부들도 유사한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만약 재판부가 이 대통령 혐의에 대한 재판을 모두 연기하고, 민주당이 형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순차 처리할 경우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형소법 개정안을 우선 계획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선거법 외에도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여러 개 진행되고 있는데 법원은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경우가 지속되면 헌법정신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인 만큼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7일 이같은 내용의 형소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한 바 있다. 야권에선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재점화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지난 5일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무난히 처리한 만큼 12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이변 없이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의원은 "앞으로 펼쳐질 5년은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사법부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됐으니 아예 재판을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사법부를 헌법이 부여한 독립기관이 아닌 정치권력의 하명기관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질타했고,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유권무죄, 무권유죄 시대가 드디어 열렸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우군을 자처했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은 민주당이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 "재판은 정지하되, 무죄나 면소 판결은 허용하고, 유죄판결은 금지한다"며 "형소법을 이처럼 기괴하게 바꾸려는 것은 헌법만으로도 대통령 재판이 중지된다는 그들의 주장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민주당의 이같은 법 개정이 현실화 되고,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모두 정지되거나 면소(免訴) 판결이 내려질 경우 국민의힘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개정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맡게 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 △위증교사 사건 2심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건 1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들은 재판 기일을 대선 기간 이후로 지정했고, 현재까지 별도 기일 지정은 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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