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만으론 역부족…노인 무임승차 제도 개편해야" [만성 적자 서울지하철②]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6.27 02:33  수정 2025.06.27 02:33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무임승차 관련 손실금 4135억원 중 85%가 경로 우대권 따른 손실

경로 우대권 이용자 2022년 1억9665만명에서 지난해 2억3262만명으로 매년 늘고 있어

복지 정책이지만 이에 대한 손실 국가가 보전해야 한단 조항 없어 공사 재정 부담 '막심'

전문가 "노인 연령 상향, 시간대 제한,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적용 등 현실적 조정 필요"

지하철 경로 우대권을 사용 중인 한 노인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 지하철 요금이 오는 28일부터 150원 인상되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만성 적자 문제를 두고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재차 대두되고 있다. 서울지하철 적자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40여 년간 유지됐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리며 운영 주체인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기준 연령의 단계적 상향과 함께 전액 무임승차 혜택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무임승차로 입은 손실금은 4134억6200만원이다. 이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3511억6700만원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이용에 따른 손실이다. 고령 인구의 급증에 따라 무임 수송 규모도 해마다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노인 무임승차 인원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임승차 인원(노인·장애인·유공자)은 ▲2022년 2억3262만9000명 ▲2023년 2억6035만8000명 ▲2024년 2억7482만4000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 기간 노인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경로 우대권 이용자도 ▲1억9664만6000명 ▲2억2113만1000명 ▲2억3261만9000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10년간 누적된 무임승차 손실은 3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막대한 비용을 온전히 서울교통공사가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 무임승차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제공되는 제도지만, 해당 법에는 무임 수송으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결국 공공성을 띤 국가 복지 정책의 부담을 지자체 산하 공기업이 떠안는 구조인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장례 추계인구 통계를 보면 서울시 만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 19.9%에서 2035년 28.0%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라며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는 국회와 정부에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을 건의하고 있으며, 도시철도법 개정안 통과를 지속 요청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회에서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무임 수송은 국가 정책 또는 공공 목적을 위해 제공되는 공익 서비스인 만큼, 그에 따른 손실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어르신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서울지하철 만성 적자 해소를 위해 '만 65세 이상'인 노인 기준을 상향하는 등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만 65세 이상'이라는 기준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후 44년째 그대로인 반면 이 기간 기대 수명이 높아지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작정 혜택을 줄이는 방식보다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 탑승 시간제한,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적용 등 현실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복지법이) 1980년대 도입 이후 노인 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제도는 그대로여서 조정이 필요하다"며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려면 정년 연장과 병행돼야 하며, 이 기간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는 교통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교수는 "다만 현재 서울지하철의 적자를 노인에게 전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정책 주체인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임승차 적용 노인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동권 취약자 보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위해 출퇴근 시간 같은 혼잡 시간대 외에 대중교통을 탑승할 경우 할인 제도를 적용하거나 연령별, 소득별 차등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면 무료보다는 이러한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문화연구원의 김재선 연구위원은 "노인무임승차 정책을 출퇴근 혼잡시간대에는 예외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일하러 가는 분들이고 이는 소득이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은퇴 이후 소득이 없어 이동권을 제한당했던 노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무임승차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직장이 있어 소득이 있는 노인들이라면 출퇴근시간대에 한정해서는 무임승차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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