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임기연장 없이 30일 종료 예정
국민의힘, '전국위 소집'해 '차기 비대위'
당 혁신위 출범 여부에 이목
복잡해진 역학구도에 피로감 우려
국민의힘이 차기 당권을 두고 다시 내홍을 겪는 모양새다. 5대 혁신안을 주창했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종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임시 지도부가 어떤 형태로 꾸려질지에 당권 주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당내에선 송언석 원내대표가 출범을 공언한 혁신위원회가 유명무실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실상의 '원톱 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에선 이 같은 내홍이 되풀이될수록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줄 것이란 우려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내달 1일 전국위원회 소집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26일 공고했다. 27일 소집될 상임전국위가 의결할 내달 1일 제17차 전국위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건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논의될 방침이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이번달 30일로 마무리되는데 따른 조치다. 당 차원에서의 공고가 나오며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연장 없이 이달 30일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당 안팎의 시선은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쏠린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가 종료되면 우선 송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자동으로 겸하게 된다. 송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다른 인물을 인선할 수도 있지만, 적절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자신을 지명할 가능성도 높다. 8월 중으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까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할지 또는 다른 인물을 지명할지에 대해서는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송 원내대표가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또 하나 당 안팎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혁신위원장 인선이다. 김 비대위원장의 5대 혁신안을 포함한 당 쇄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될 혁신위는 송 원내대표가 설치를 약속한 당내 기구다. 다만 지금까진 비대위원 사퇴로 혁신위를 당내 기구화할 방안이 없어 설치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반복했다. 원내지도부는 혁신위원장 인선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선 혁신위 설치와 관련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 감지되고 있다. 8월 초·중순 조기 전당대회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혁신위 활동 기간은 차기 당대표 선출 전까지 사실상 한 달 남짓에 불과한데다, 권한이나 범위도 불분명한 만큼 위원장은 물론 위원 인선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혁신위가 좌초되면 당은 한 달가량 사실상 송 원내대표의 '원톱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당의 혁신 방안이 좌초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김 비대위원장이 꺼낸 이른바 '5대 혁신안' 역시 탄력을 잃을지도 모른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내에선 이미 전국을 돌며 당 쇄신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김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관측엔 회의적인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백범 김구 선생 제76주기 추모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전국을 돌며) 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개혁 방향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있어 굉장히 불안하고 아쉽다는 말씀들을 들었다"며 "임기를 마치며 당 재건, 보수 재건 방향을 종합해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와 관련한 질문엔 "지금 상황에 국민이 체감할 혁신 결과물을 혁신위를 통해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당내 의원들도 국민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현장으로 나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변수는 혁신안의 관철을 위해 김 비대위원장이 오는 8월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단 점이다. 평소 김 비대위원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9일 채널A 라디오에서 "(김 비대위원장에게) 혁신안을 바탕으로 당원들한테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전당대회를 출마해버리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한 적 있다"고 말하면서 출마를 부추긴 바 있다.
문제는 혁신이란 이름을 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단 점이다. 송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친윤계와 김 비대위원장의 소장파와 또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친한계가 지향하는 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혁신안이냐 혁신위나 비대위를 어떻게 갈 것이냐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이 오고가면서 단순하게 가야할 지도체제가 너무 얽혀버린 모습"이라며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도 복잡해하는데 국민들이나 당원들은 지금 우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라고 우려했다.
또 당내에선 이 같은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과 얽혀있단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뜬금없이 집단지도체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차기 공천권을 행사할 대표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함이 아니냐"라며 "정치하는 사람으로 공천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당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서로 얼굴 붉혀가면서까지 부딪혀야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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