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센터 '주민문화운영단' 발족
주민 주도 문화공간 운영 본격화
과거 완성된 공연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공급자’의 역할로 존재하던 극장들이, 이제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종의 ‘문화 플랫폼’이자 ‘커뮤니티의 구심점’으로 진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충무아트센터는 ‘주민문화운영단’을 발족하며 주민 주도의 문화공간 운영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재단 측은 직장인, 예술인, 자영업자 등 서로 다른 생활 배경을 지닌 주민들이 각자의 경험과 관심사를 프로그램 기획에 반영, 중구의 지역적 특색과 정체성이 담긴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문화 기획과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될 충무아트센터 소극장(씨네마)은 최근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공연, 커뮤니티 활동이 모두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재단 측은 앞으로 이곳이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문화 실험의 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은 “주민이 문화공간 운영의 주체로 참여함으로써 지역 고유의 문화 정체성과 자율성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주민이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생산하고 공유하는 흐름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충무아트센터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을 품는 극장들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종문화회관은 ‘누구나 예술로 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을 더 가까이 전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계층에게 예술을 통한 치유와 활력을 선사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9년 간 총 245회의 공연으로 7만여 명의 시민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시민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예술로 소통하며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시민들에게는 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공립 극장뿐만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소극장들의 움직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뭐든지 소극장,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충동소극장,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위치한 보광극장 등 여러 민간 소극장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거나 해당 지역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충무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다양한 민간 소극장들이 보여주는 변화는 극장이 더 이상 단순히 완성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공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공연에 무관심했던 지역 주민들을 새로운 관객으로 유입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극장이라는 공간이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민들은 극장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예술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극장 역시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 소극장 대표는 “극장이 지역민들에게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닌, 함께 꿈꾸고 만들어가는 삶의 터전으로서 작용하길 기대한다”면서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소극장의 경우는 관객 감소와 재정난 등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함께 만드는 등 지역 연계 공연들을 통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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