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상륙한 기성용, 은퇴 아닌 이적 배경은 ‘딸의 한마디’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5.07.04 21:32  수정 2025.07.05 14:48


포항 기성용. ⓒ 뉴시스

FC서울의 살아있는 레전드였던 기성용(36·포항 스틸러스)이 은퇴가 아닌 이적을 택한 결정적 이유는 ‘딸의 한마디’였다.


붉은색 포항 훈련복을 입은 기성용은 4일 오후 경북 포항시 송라면 포항스틸러스 클럽하우스 미팅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항에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면서 “감독님이 나에게 기회를 주셨으니 보답하고 싶다.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고 마무리하는 게 제게는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포항은 기성용이 뛰었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박태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EPL 등 유럽 생활을 제외하고는 오직 서울에서만 뛰었고, 서울에서의 은퇴를 생각했던 선수다.


기성용은 2006년 서울에 입단한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눈부신 활약을 타고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를 밟았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다.


10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곳도 ‘친정’ 서울이었다. 복귀 후에도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서울에 헌신했지만, 결국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 김기동 감독의 전력에 자신이 제외됐다는 것을 파악한 뒤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됐다.


기성용은 "서울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팀이고 팬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팬들에게 우승컵을 안겨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며 "이적 문제로도 팬들이 많은 상처를 받아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포항 기성용. ⓒ 뉴시스

기성용은 서울 김기동 감독 구상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은퇴까지 고민했지만, 더 뛰길 원하는 딸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기성용은 "딸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경기를 나가지 못하니까 '왜 경기를 안 나가냐', '아빠가 조금 더 뛰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는데 (내)마음이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며 “(대표팀에서도)내 마지막 경기는 부상으로 끝났다. 서울에서 이대로 은퇴한다면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은퇴하는 것이라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며 은퇴가 아닌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영일만 기라드’가 된 기성용은 오는 19일 ‘하나은행 K리그1 2025’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을 상대로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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