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이끌고, 발맞추는 출판사 ‘창비’ [출판사 인사이드②]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8.08 10:26  수정 2025.08.08 10:27

지식인들의 대표 공론장 역할했던 1970년대

Z세대 겨냥해 재미·깊이 다 잡는 요즘 시도들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한국 지식인들의 대표적 공론장


창비는 문학, 인문, 교양, 어린이, 청소년,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출간하는 종합출판사다. 1966년 1월 문학평론가 백낙청을 중심으로 창간된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주목받으며 창비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단행본 출판에 뛰어들며 50년 넘게 출판 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과 비평’은 문학을 넘어, 사회비평의 역할까지 담당하며 사회적 담론을 이끌었다. 특히 지식인들의 사회참여를 촉구하는 잡지였던 ‘창작과 비평’은 1970년대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공론장’이 됐었다.


1974년 단행본 출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는 계급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황석영 작가의 소설집 ‘객지’, 서민의 삶을 노래한 신경림 시인의 시집 ‘농무’, 김지하 시인의 시선집 ‘타는 목마름’ 등을 선보이며 출판사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다.


1980년대 잡지 폐간과 출판사 등록 취소 등의 수난을 겪기도 했으나, 1990년대 이은성 작가의 ‘소설 동의보감’, 유홍준 작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면서 ‘대중성’도 확보했다.


지금도 문학은 물론, 인문·교양서적과 청소년·아동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을 창비에서 출간했으며,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또 뒷받침하며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 중이다.


아동·청소년 문학은 물론,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와 참고서 등 교육 출판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며,오 디오북, 전자책, 앱 개발 등 다양한 디지털콘텐츠 사업도 운영하는 등 ‘출판 그룹’으로 성장해 변화하는 출판 시장에 발을 맞추고 있다.


◆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창비가 아우르는 독자들


팝업 스토어를 열고, 북클럽을 운영하며 ‘지금의’ 독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망원동에서 ‘창비시선’ 500번 기념 팝업스토어 ‘시크닉’을 열어 시인들과 독자들의 직접 만남을 이끌고, 서울 더현대 여의도에서는 문학 팝업스토어 ‘소설라이프’를 열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등 현장에서 ‘책의 힘’을 전파하기도 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기존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시도였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2025 서울국제도서전도 비슷한 맥락으로 ‘활자파동’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단순히 책을 소개하기보다는, 책이 주는 힘을 강조했다.준비한 응원봉 키링, 티셔츠 굿즈는 오픈 1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말했다.


‘클럽창비’를 론칭해 창비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에 동감하는 독자들과 함께 책을 읽어나가는 등의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15~24세만 참여할 수 있는 독서 서포터즈 ‘텍스트Z’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며, 틱톡 등 Z세대들이 많이 모이는 채널에 정기적으로 별도의 콘텐츠를 발매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관계자는 “20대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나서서 알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SNS에 큐레이션 콘텐츠를 강화하고, 경계 없이 다양한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접점을 늘려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질’도 놓치지 않는다. ‘한결같되 날로 새롭게’를 모토로 하는 창비는 좋은 책을 통해 젊은 층의 흥미를 자극하는 동시에, ‘수준 높은’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노력도 함께 이어나가고 있다.


관계자는 하반기 황석영의 장편소설과 유홍준의 한국 미술가 시리즈물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두 분 모두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1020 세대들은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는 보장된 책,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 즉 ‘가성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수준 높은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연령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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