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3박 6일간 日·美 순방 떠난다…공동성명 윤곽 드러날까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8.23 00:05  수정 2025.08.23 00:05

도쿄→워싱턴DC 숨가쁜 일정…'실용외교' 첫무대

韓日 긍정 흐름 이어갈까…미래지향적 관계 주목

'동맹 현대화' 안보의제·상호관세 등 난제 수두룩

조현 외교장관 日방문 않고 급거 방미에 배경 의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6월 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3박 6일간 일본과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일 정상회담이 여리는 23일에는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 안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면 형태의 외교문서보다 주로 '구두 합의'를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한미 간의 이견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李대통령, 6일간의 강행군…한미·한일 외교 분수령

2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3~24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등의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재일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오후에 이시바 총리와 만날 계획이다.


우리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 것은 2023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최근 주일 대사로 내정된 이혁 전 주 베트남 대사가 동행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이번 방일은 실무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한 바 있다. 당시 양 정상은 한미일 공조 유지, 한일 협력 심화 등에 공감하면서 '셔틀외교'를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G7과 같은 다자외교 현장이 아니라 초청에 따른 정식 양자회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 정상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대통령실

이 대통령은 24일 일본 의회 주요 인사와 만난 뒤 당일 오후 미국으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동부 시각 24일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곧바로 재미 동포 만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방미 일정에 나선다.


25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업무 오찬을 가진다. 미국 학계·경제계 인사 등과의 교류 행사도 예고돼 있다. 워싱턴DC의 유력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으로 정책 연설을 할 계획이다.


2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현지 한화 필리 조선소를 시찰한다. 필라델피아 현지 한화 필리 조선소 방문에는 미국 고위 인사가 동행하는 방안이 조율 중이다.


이곳은 지난해 한화그룹이 1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조선소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불리는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적 장소다.


이 대통령은 조선소 방문 뒤 저녁에 귀국길에 올라 28일 새벽 서울에 도착한다.

방미 전 '셔틀외교' 시험대…한일 정상회담 관전 포인트는

국익중심의 실용외교 원칙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의 첫 외교 시험대가 시작되면서 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회담 결과가 이재명 정부의 향후 외교 기상도는 물론 국정운영 동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한일 정상은 앞선 회담의 연장선상에 놓인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공고히 하고 한일·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지역 내 안보와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통상 협력 방안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문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매우 중요한 존재다. 한국도 일본에 유익한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양측에 이익이 되는 길을 발굴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넓혀 가야 한다"며 경제·사회·문화·환경 등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다만 문제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일은 최대한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결정책보다는 평화적으로 공존해 위협이 되지 않도록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한발 앞서서 문을 열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적대감을 완화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일 상생협력을 거론하고, 이시바 총리도 패전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선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 정상은 앞으로도 '셔틀외교'로 소통을 이어가며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심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美 '안보 청구서' 주목…한미 공동성명 발표할까

한일 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더 주목되는 가운데 최대 관심사로 '안보 분야' 협상이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한미동맹 현대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주한미군 규모 조정, 한국군 역할 확대, 우리나라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화 등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반도 안보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통상 분야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관세협상 타결을 자랑하며 한국의 대규모 LNG(액화천연가스) 구매와 투자 약속을 언급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구체적 투자 계획 공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등 관세 협상도 걸려 있어 한국이 다른 동맹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더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 발언이다. 그는 남아공 정상회담 때 '백인 농부 학살' 문제를 갑자기 꺼내 회담장을 얼어붙게 만든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 대통령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느냐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히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안보가 더 튼튼해지는 방향으로의 현대화이자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더 강화되는 것"이라며 "안보 측면에서의 한미동맹 현대화는 이번 미국 방문의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북핵 미사일의 위협 증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역내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맹을 우리 국익에 맞게 현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맹 현대화'는 미국 측에서 요청하는 것으로 꼽히는 의제다. 다만 우리 정부로서도 한미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해당 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게 위 실장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21일 전격적으로 미국으로 떠나면서 돌발 변수가 생긴 모양새다. 당초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에 배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건너뛰고 워싱턴으로 향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첫 정상회담의 의미를 감안해 현지에서 최종 점검을 하기 위한 조기 방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상 대통령 해외 일정에 수행하는 외교부 장관이 예정된 한일 회담까지 포기하고 미국으로 간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동맹 현대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통상 협상,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핵심 의제를 둘러싸고 실무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이견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담 일정과 형식을 둘러싼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먼저 워싱턴DC로 향한 것에 대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여러 가지로 더 준비할 부분이 있다. 더 긴밀한 조율 작업을 위해 (먼저 미국에 간 것)"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동 기자회견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 안보실장은 회담 뒤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 발표 여부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가 가변성이 큰 정부여서 (성명이) 있을지 없을지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며 "지금 한미 양측이 문안 협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방문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 있음을 방증하는 셈"이라며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르게 방미를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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