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유죄 판결…대법서 뒤집혀
"환급금 보관 관련 신임관계 없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데일리안DB
신탁계약에서 위탁회사가 수탁회사에 넘기기로 한 환급금을 직접 받아 사용했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게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들은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땅을 사들여 한국토지신탁과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맺었다. 계약에는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부가가치세 환급청구권을 포괄적으로 양도하고 그 양도 통지에 관한 대리권도 수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2018년 부가세법 개정으로 납세의무자가 수탁자에서 위탁자로 변경됐다며 계약 내용의 효력을 부정하고 2018년 1·2기분 부가세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이들을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한다.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가 있어야 한다.
1심과 2심은 피고인들이 운영한 회사와 한국토지신탁 사이에 통상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부가가치세 환급금 보관에 관한 특별한 사정의 신임 관계가 존재한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 대항요건을 갖춰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 소유권은 한국토지신탁이 아닌 피고인들에게 귀속하고 피고인들이 한국토지신탁을 위해 양도 채권의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신임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 운영 회사가 부가세 환급청구권자로서 환급금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 귀속 주체로서 그 수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환급금을 피해 한국토지신탁 계좌에 입금해야 할 협력의무가 있음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쟁점이 된 약정이 '협력의무'를 규정했을 뿐 '신임관계'까지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피고인들 회사와 피해 회사 사이에 통상의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부가세 환급금 보관에 관한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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