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사령탑 된 장동혁…함께 고개드는 '강경파 지도부' 우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8.27 04:15  수정 2025.08.27 05:34

장동혁, 2366표차로 김문수 꺾고 대표 당선

"우파와 연대" 일성에 강경파 지도부 전망↑

사무총장·정책위의장·지명직 최고에 주목

일각선 갈등 우려에 "합리적 인사" 목소리도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6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새 사령탑으로 장동혁 대표가 선출되면서 강경한 지도부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내부총질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거나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꺼내들면서 강경 기조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선 장 대표가 자신을 선택해 준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당 운영을 위해 '강경 일변도'의 인선에 나서면 당내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중도층 표심을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인선을 단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 투표에서 22만302표(50.27%)를 획득하며, 21만7935표(49.73%)를 얻은 김문수 후보를 2366표(0.54%p) 차로 꺾고 새 당대표로 당선됐다.


결선에서 승리한 장 대표가 이끌게 된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2일 충북 청주 오송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 본선에서 뽑힌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 최고위원과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당연직으로 지도부에 포함된다.


장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지난 전당대회 기간 내내 보여왔던 선명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랬듯이 앞으로 바른 길이라면 굽히지 않고 전진하겠다"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대표가 취임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던 당직자들 역시 즉각 사임서를 제출했다. 정점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총장단과 김정재 정책위의장을 대표로 한 정책위의장단은 이날 전당대회 종료 직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자유로운 인선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겠단 의미에서다.


이들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자리는 당내 강경파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당론을 따르지 않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인사들을 중용하지 않겠단 뜻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어서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혁신(친한)파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겠느냐'라는 질문에 "위기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는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반대파를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서다.


지금까지 꾸려진 지도부도 이미 장 대표가 요구하는 강경파의 입장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다"고 강조하면서 확고한 선명성을 드러낸 바 있다.


신동욱·김재원 최고위원도 전당대회 기간 동안 인적쇄신을 주장하는 혁신파들에게 날을 세우는 메시지를 꺼내들면서 강경파의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지도부 내에서 혁신파로 분류되는 인물은 양향자 최고위원과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뿐이다.


하지만 불안감도 상존하고 있다. 현 국민의힘 당헌 96조1항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이 사퇴할 경우 지도부는 궐위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강경파라 할지라도 나경원계로 분류되는 김민수 최고위원이나, 김문수 후보의 낙선에 따라 독자 세력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장 대표와 함께 발을 맞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있는 상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에서 선출된 뒤 송언석 원내대표(왼쪽 두번째)와 양향자 최고위원(왼쪽 첫번째),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왼쪽 네번째), 김민수 최고위원(왼쪽 다섯번째)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같은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차기 인선이 중요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이나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에 장 대표만의 사람을 앉혀야 안정된 지도부 운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무총장은 내년으로 예정된 지방선거의 공천 작업을 대표와 함께 해야 하는 자리이며, 정책위의장은 지도부 내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자리인 만큼 장 대표와 결이 맞는 인사가 꼭 필요하단 분석이다.


문제는 장 대표의 인재 풀이 크게 넓지 않다는 당내 지적이 나오고 있단 점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은 보통 3선급이 하는데 당대표가 재선인 만큼 이 자리를 받으려는 중진들이 그리 많진 않을 것"이라며 "또 이번 전대를 거치면서 너무 강성해진 장 대표의 메시지에 부담을 느낀 의원들이 있단 얘기도 나오는 만큼 인선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당내에선 장 대표가 초재선 위주의 젊은 지도부를 꾸리거나 원외 인사를 적극 기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전대 기간 물 밑에서 장 대표를 지원했던 조지연 의원이나 박준태 의원에게 중책이 주어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정희용 의원 등 존재감 있는 재선 의원과 힘을 합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단 이야기도 나온다.


전당대회 막판 김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했던 성일종 의원 역시 지도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후보로 꼽히지만, 성 의원은 현재 국회직(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국회직 임기를 마치고 내년도 원내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꾸려진 미니캠프에서 근무했던 외부 인사들의 적극적인 기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동혁 캠프에서 공보를 담당했던 고종원 단장의 경우엔 당대표실로 자리를 옮겨 장 대표와 다시 호흡을 맞출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장 대표의 지도부 인선이 향후 당 운영의 방향을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연히 강성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신경써야 하는 만큼 당을 쪼개는 인선이나 혁신파를 몰아내는 인선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나도 혁신파의 의견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지금 우리는 흩어질 때가 아니라 뭉칠 때다. 만약 혁신파 축출 건이 올라온다면 내가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라며 "(장 대표가) 기조를 유지하는 건 좋지만 당의 미래와 특히 선거를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부드럽고 국민들이 보기에 합리적인 인선을 선택해 우리가 합리적인 보수로 간다는 메시지를 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은 이재명 정권을 염두에 두고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강성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결국 장 대표도 합리적인 보수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는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정당이나 정치인이 이미지를 바꾸는게 쉬운 일이 아닌만큼 천천히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스탠스를 바꿔 표심을 겨냥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