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TSMC, 핵심 고객사에 인상 통보"
엔비디아·애플 영향권…韓메모리 업체 파장?
삼성 파운드리는 기회…주문 분산 가능성 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 5월 17일 대만 타이베이의 한 레스토랑 밖에서 미디어,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첨단 미세 공정의 가격 인상을 고객사에 통보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반의 파급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TSMC의 핵심 고객사인 애플과 엔비디아에 더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업체에도 연쇄적인 파장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2일 대만경제일보,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에 5나노(㎚) 이하 하이엔드 공정 가격을 2026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적용 대상은 5·4나노와 3나노, 2나노 공정이 모두 포함됐으며 인상 폭은 5~10% 수준으로 전망된다.
TSMC의 이같은 결정은 단순히 수익성 제고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와 현지 공장 건설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달러 등 주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TSMC의 핵심 고객사인 애플과 엔비디아는 새로운 첨단 공정 칩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에 직면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애플의 신형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역시 TSMC 공정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상승은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HBM 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직접적인 가격 인상 대상은 아니지만, 엔비디아와의 협상 구도를 고려하면 간접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 단가 상승을 이유로 곧바로 HBM(고대역폭메모리)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는 전망에는 업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엔비디아가 가격 협상에서 이를 발판 삼아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HBM 공급사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작년 상반기 SK하이닉스가 "내년 HBM 물량 완판"을 선언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마이크론이 먼저 완판을 알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대체 공급처를 활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HBM4의 가격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작 HBM3E 12단 대비 기대만큼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지속적으로 공급망 전반을 압박하며 협상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는 기회…주문 분산 가능성 ↑
TSMC의 전방위 가격 인상은 삼성 파운드리에게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일 공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고객사 유치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첨단 공정이 필요한 빅테크들은 가격을 고려해 TSMC와 삼성전자로 주문을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가 첨단 공정의 수율 안정성과 대형 고객사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모든 기회를 흡수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나노 수율은 양산에 필요한 6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건설·운영 비용이 늘면서 삼성전자 역시 중장기적으로 가격 인상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은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TSMC, 경쟁자 없는 구조…상황 지켜봐야
결국 TSMC의 첨단공정 가격 인상은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첨단 미세 공정 칩의 경우 AI, 클라우드, 모바일 기기 등 IT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반도체 칩 생산의 첫 단추인 TSMC의 결정이 곧 산업 전체의 파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가 가격 인상을 예고한 5나노 이하 공정의 경우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계속 가격 인상을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TSMC가 가진 경쟁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향후 파장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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