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한도, 1일부터 5000만원→1억원 '상향'
2금융권 '머니무브' 촉각?…"피부에 와닿을 정도 아냐"
고객 "만기 도래하면 금리 높은 곳 비교해 예치할 것"
전문가 "머니무브 나타나겠지만…속도 빠르진 않을 듯"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지 이틀째. 서울 시내 대형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점포는 아직 한산한 모습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 하고 있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당장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일 데일리안은 서울 시내 위치한 저축은행과 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점포를 방문했다.
이날 방문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경인북부수협 은천로지점은 점포 외부에 전날(1일)부터 시행된 예보 한도 상향을 안내하는 현수막을 걸고 고객을 맞았다. 점포 내부에도 큼지막한 포스터를 설치해 구체적인 사안을 안내했다.
다만, 실제 고객들의 발걸음은 아직 크게 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전 영업시간 중 간간히 내방하는 고객이 한둘 있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한산했다.
해당 지점 관계자는 ‘온라인 신청이 늘면서 창구 방문은 제한적이지만, 문의 전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예금을 늘리는 고객도 일부 있지만, 아직 피부에 와닿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구 남산동 소재 명동새마을금고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창구에 고객이 한 명씩 앉아 있었지만, 대기 고객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연출되지 않았다.
명동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예보 한도 상향과 관련해 홍보도 하고 고객들에게 단체 문자도 보냈지만, 아직까지는 반응이 미미하다"며 "기존에 예금 5000만원을 넣던 고객이 9500만원~1억원으로 늘리는 경우는 간헐적으로 있지만, 신규 유입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구 소공동 소재 소공신협 관계자도 '아직 피부로 느껴지는 큰 변화는 없다'고 공감했다. 해당 관계자는 "아직 고객이 늘거나 예금이 증가하는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몇 주 정도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소재의 한 신협 관계자는 "예보 한도가 상향되면서 예금도 소폭 늘었다. 기존 예금에서 증액하는 고객도 있고, 1억원까지 맞춰 예금하는 신규 고객도 일부 있다"며 "내부에서는 조합별 금리 조건에 따라 고객들이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조모씨(50대·여성)는 "얼마 전부터 TV에서 예보 한도 늘어난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더라. 곧 예금 만기가 도래하는데 금리 높은 곳으로 잘 비교해서 돈을 맡기려고 한다"며 "이제 거금도 믿고 맡길 수 있어 선택지가 넓어졌다. 금리 높은 곳이 있으면 옮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권도 예보 한도 상향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들도 예보 한도가 상향됐음을 적극 홍보했다. 다만, 이날 창구에는 특별한 자금 이동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보 한도가 상향했지만, 자금이 몰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며 "타 저축은행, 상호금융과 비교해 예금 금리가 높지 않다보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반면, 예가람저축은행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점심시간에도 창구에는 상담을 받는 고객들로 차있었고, 대기표를 뽑아 기다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업계 평균보다 높은 금리가 고객 유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예가람저축은행의 예금 상품인 'e-The프리미엄 회전정기예금'은 12개월 기준 연 3.25% 금리를 제공한다. 이는 저축은행 평균 금리(2.99%)를 웃도는 수준이다. 금리 매력이 예금 한도 상향 효과와 맞물려 고객 유입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은 고금리 상품을 중심으로 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금융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2금융권으로 자금이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통해 예보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한국금융학회도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머니무브'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존 예금을 중도에 깨기는 어렵기 때문에, 만기가 도래하면 천천히 자금이 이동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금융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돈을 돌려받기 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들은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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