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선수들 향한 SNS 비난 강경대응
삼성 디아즈 "아내뿐 아니라 반려견 독살 위협까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선수들을 향한 도 넘은 SNS 공격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다.
선수협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달 프로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SNS 피해 실태 설문조사를 했고, 163명이 참여했다"며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SNS 악용 사례는 더욱 고도화되고 광범위하게 확산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악성 사례들을 'SNS상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테러'로 규정하고 협회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문 결과 SNS 피해는 해당 선수의 팀이 패하거나, 선수가 실책을 범한 직후(56%)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특정 상황을 가리지 않고 시즌 내내 이어진다는 응답도 15%에 달했다. 피해 대상은 선수 본인(49%)뿐 아니라 부모(31%), 배우자 또는 여자친구(13%) 순으로 광범위했다.
선수협은 "살해 협박, 성희롱, 고인(가족) 모독, 스토킹·주거 침입 등 형사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 선수를 대리해 법적 절차(형사고소, 법적 소송 등)를 밟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SNS 피해 대처에 관해 선수단 교육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를 향한 도 넘은 공격이다.
디아즈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에서 받은 사랑과 애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항상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 해를 끼치려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아내는 해를 입을 수도 있는 협박을 받았고, 반려견들까지 독살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참지 않겠다"고 분노했다.
프로야구 선수협의 ‘SNS 악성 댓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야구를 넘어 프로 스포츠 전반에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팬과 선수 간의 거리가 좁혀진 상황에서 SNS는 소통의 창구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선수, 팀을 향한 응원이 아닌 분노의 배출구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즉, 선수협은 SNS가 폭력의 통로로 변질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팬을 위해 존재하지만 이에 앞서 한 명의 경제 활동자이며 개인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SNS 계정은 분노를 쏟아내는 공간이 아닌 선수 본인의 사적인 공간이다. 일부 ‘프로 선수니 감당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있으나 이는 팬심의 과열이 아닌 명백한 사이버 폭력이다.
보다 성숙한 팬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응원하는 팀이 패하거나 선수의 부진은 프로 스포츠에서 늘 있는 일이며 아쉬움을 표출할 수 있다. 그러나 모욕과 혐오가 섞인 메시지가 선수들을 몰아세우는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 1000만 관중 시대, 건강한 프로야구 문화를 팬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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