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방시혁 폄하 도 넘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06 07:07  수정 2025.09.06 19:02

전후방 파급효과 천문학적인 수준

대형기획사, 공은 확실히 인정하고 지원해야

"케이팝, 지금 기회이자 위기"

ⓒ 데일리안 DB

요즘은 국가 경제 성장,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래서 기업인에 대한 평가도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었다. 과거 80~90년대까지는 대기업 창업주라고 하면 뭔가 악덕 기업주의 이미지가 강했다. 대기업을 비난해야 비판적 지식인이나 기개 있는 언론이라고 행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끼면서 기업의 역할이 재조명됐다. 그들이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 말이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 브랜드를 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났다.


세계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면서 각 나라에서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디지털 혁명 열기 속에서 다른 나라들이 IT 기업 등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원하고 규제도 철폐한다고 하자 우리나라도 뒤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특히 내수기업보다도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대기업을 창업한 1세대 기업인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높아졌다. 사실 과거 그런 기업인들이 무조건 악마화됐던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그들이 절대적 선으로 떠받들어지는 것도 과하지만, 그들의 공적에 대해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기리는 건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당대에 맨땅에서 수출 기업을 일구며 우리 국가 브랜드 폭발적 상승이라는 신화를 일군 기업인들에 대해선 너무 평가가 박하다. 아니, 박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악마화 수준으로 매도하고 공격을 일삼는다. 바로 케이팝 대형기획사를 창업한 이들이 그 대상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이다. 제철, 반도체, 조선 등 중화학공업이 모두 기적이긴 한데 한국 대중문화의 눈부신 성장은 그보다 더 놀라운 ‘기적 오브 더 기적’이다. 후진국에서 성실하게 공장을 잘 돌려서 물건을 잘 만드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상상의 영역 안에 있는 일이지만, 후진국의 문화를 세계인이 추앙하게 될 거라는 건 아예 상상 밖의 일이었다.


그런 일을 한국의 케이팝 산업이 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케이팝 산업을 이끈 것이 대형기획사이고 창업자들이다. SM 이수만, YG 양현석, JYP 박진영, 하이브 방시혁 등이 그 기적의 주인공들이다.


2021년 당시 하이브 상반기 매출의 국내 비중은 24.96%였다. 나머진 모두 해외 매출이다. 요즘도 당연히 해외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일어난다. 이런 직접 매출뿐만 아니라,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사람들과 한국 문화 홍보 전반에 대한 영향력,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 증진 등의 전후방 파급효과를 다 계산하면 천문학적인 수준일 것이다.


훈장을 줘도 모자랄 판에 이들이 국내에선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한때 SM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지탄받았었고 이수만 전 대표는 저평가 속에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 이후 악마화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YG다. 밑도 끝도 없이 YG가 버닝썬 배후라는 음모론이 퍼지는가 하면, 평소엔 아티스트 사생활 통제한다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아티스트 사생활 사고가 터지자 왜 아티스트 사생활 관리 안 하냐고 YG를 질타했다. 이래도 비난 저래도 비난이다.


요즘엔 하이브, 방시혁이 악마화의 결정판이 됐다. 가장 눈부신 성공, 가장 거대한 공적을 이룩한 결과 가장 극심한 폄하 아니 증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민희진과의 분쟁이 시작되자 많은 매체가 덮어놓고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가 문제라면서 하이브를 탓하기 시작했다. 뉴진스 멤버가 다른 레이블 매니저에게 불쾌한 소리를 들었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는데 언론과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덮어놓고 하이브 비난에 나섰다. 게다가 사이비 종교 관련 음모론까지 아무 근거 없이 제기되며 대중이 하이브와 방시혁을 묻지 마 공격했다.


이런 환경에선 대형기획사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들이 회사에 대해 갖는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은 케이팝 산업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대형기획사를 악의 축 정도로만 여기는 선입견이 지금까지 통용된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 보니 언론이나 국회 등에서 대형기획사를 비판하고 규제할 대상으로만 본다. 그래서 대형기획사 관련 이슈가 터지면 일단 까고 보는 관행이 이어진 것이다.


물론 대형기획사가 절대 선은 아니다. 우리 기업이 과거 저개발 시기 여러 미성숙한 상황을 겪다가 차츰 시스템을 정비해가면서 우리 경제의 고도화를 이끈 것처럼, 우리 대형기획사들도 과거엔 업계의 후진적 수준에 영향을 받다가 그 후 빠르게 정비하면서 케이팝의 세계화를 이루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때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격려하고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


요즘 가장 욕을 많이 먹는 하이브가 케이팝 경쟁력 제고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다. 방시혁은 방탄소년단(BTS)이라는 프로젝트를 총괄 프로듀서로 이끌어 역사에 남을 성과를 만들어냈다. 케이팝 세계화의 1등 공신이다. 방탄소년단의 색깔, 활동 방향 등을 모두 정하고 노래 창작에까지 참여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기념비적인 업적인데, 거기서 한 차원 더 도약한 것이 대단히 놀라운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으로까지 확장해낸 것이다. 어느 한 팀에 의존하지 않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안착시켰다. 해외 진출을 통해 캣츠아이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입지전적 성과를 냈으면 ‘이들에게 어떻게 치하하고 지원해줄까’를 고민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반대로 공격만 하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는가. 여타 수출 대기업에 대해선 명과 암을 모두 고려하는데 대형기획사들에 대해선 암만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법적으로 다투는 이슈가 있다면 그건 수사 결과나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그런 사안에서도 언론이나 대중이 덮어놓고 파렴치범으로 단정 지으면서 비난부터 한다는 점이다. 거의 원수 대하듯 하는 느낌이다.


법적 이슈는 나중에 결론이 나면 판단할 일이고, 그것과 별개로 대형기획사들의 공은 확실히 인정하고 제대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 케이팝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전략 산업의 기업 지원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데 케이팝 대형기획사들만 여기에서 배제돼있다는 게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자랑스러운 문화강국 만들겠다”라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류 4.0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라고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이야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선 “지금은 K 콘텐츠가 글로벌 스탠다드 혹은 주류 콘텐츠로 도약을 시도하는 시기”라며 ‘넥스트K’ 전략의 필요성을 주창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정도로 케이팝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됐는데, 케이팝은 지금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이 케이팝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해외 자본이 본격적으로 끼어드는 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당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부터 해외 자본의 작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자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첨병 역할을 하는 국내 대형기획사들에 대한 지원과 격려가 요청된다. 이들이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 전체를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하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밀어줄 필요가 있다. 지원한다고 하면 보통 순수예술, 비주류 장르 쪽만 생각하는데 그와 더불어 대형기획사도 지원 대상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선 커 보이는 대형기획사도 세계 경쟁 무대에선 신참자에 불과하다. 무조건 견제만 받아야 할 절대 강자는 아직 아니란 얘기다. SM, YG, JYP, 하이브 등이 만들어온 기적이 확대 재생산되도록 슬기롭게 뒷받침해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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