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서열론' 맹신하는 대통령 밑에서 민주주의 작동할까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16 07:07  수정 2025.09.16 11:16

한덕수 영장 기각이 마음에 들지 않자

'내란특판' 우격다짐으로 추진하더니

법원장들이 반발하자 조희대 끌어내리기

역사의 교훈 잊은 삼권분립 파괴의 질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내란특별재판부가 뭐가 위헌이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말이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고 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인가?" 헌법학자들과 법조계가 한목소리로 위헌 소지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대통령이 제시한 '권력 서열론'이다.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리고 직접선출 권력, 간접선출 권력"이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삼권분립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다. 사법부가 입법부 아래에 있다는 인식,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런 대통령 밑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노골적인 사법부 압박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사법부 움직임이 전혀 없다면 결국 입법 부분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는 국회와 대한변협이 추천한 판사들로 구성된다. 사실상 정치권이 재판부를 직접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인 '재판부 구성의 자율성'을 원천 봉쇄하는 조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주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 법안 추진에 본격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오자 아예 재판부를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 "판사를 '쇼핑'하듯 입맛대로 고르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한 것은 적절하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전국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법원장들의 강력한 반발

사법부의 반응은 명확했다.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는 7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42명의 법원장급 인사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사건 배당이나 사무 분담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 고유 권한"이라며 "외부인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것을 보니 의도가 너무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의료전담재판부나 노동전담재판부는 관련 사건이 몰리자 재판부를 구성했고, 이후 사건이 배당된 것"이라며 "내란 사건처럼 하나의 사건을 위해 전담재판부를 별도로 구성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주당 주장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기존 전담재판부들은 업무 효율성을 위한 것이었지, 특정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노골적 압박

민주당의 압박은 조희대 대법원장 개인을 겨냥하기도 했다.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정청래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반이재명' 정치투쟁의 선봉장이 됐다"고 공격했다.


이는 사법부 수장에 대한 노골적인 정치적 압박이다. 대법원장이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정치투쟁"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민주당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법부가 정치권의 요구에 굴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12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당연한 입장 표명이다.


나치 독일 시절의 특별재판부(Sondergericht)인 민족재판소 전경. 사진 가운데는 제3대 민족재판소장인 롤란트 프라이슬러 ⓒ위키백과
삼권분립 파괴하는 위험한 시도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은 단순한 사법개혁이 아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사법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핵심 조항이다.


그런데 입법부가 특정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를 직접 구성하고, 판사까지 추천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사법권 독립의 핵심인 '재판부 구성의 자율성'과 '사건 배당의 독립성'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재판에 대해서 별도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성 소지가 높은데, 그 이름이 특별이 아니라 전담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분석이다.

역사의 교훈을 잊은 위험한 발상

특별재판부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어두운 기억을 남겼다. 나치 독일 시절, 국회의사당 방화 사건의 판결이 뜻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히틀러가 설치했던 특별재판부(Sondergericht, special court)들은 사법부를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이는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25년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특별재판부가 거론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민주화를 이끌었다고 자처하는 정당에서 말이다.


과거 나치 정권의 특별재판부가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적 목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발상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사법부 독립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법부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권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12·3 계엄 사태의 피해자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말처럼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 법관들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야" 한다.


국민들도 사법부가 정치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이 무너지면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줄 마지막 보루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가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이 무너진 채 권력이 집중된 위험한 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반(反)헌법적 시도를 방관하여서는 안 된다.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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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네스
    윤 같은 사법 정의도 없는 무식한 권력을 탐닉하는 사패는 사라져야
    2025.09.16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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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kskim
    리짜이밍 탄핵이 답이다
    2025.09.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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