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 되지 못하는 이유 [기자수첩-사회]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9.23 07:00  수정 2025.09.23 07:00

지난 18일 정식 운항 시작한 한강버스…오세훈 "한강르네상스 정점 찍는 역사적 순간"

기대와 달리 기상 상황 등으로 한때 운행 중단되기도…대중교통 안정성 '낙제점'

정시성, 운항 속도, 효율성 등 문제점 드러나…시민들도 대중교통보단 유람선 인식 커

한강버스 방향 명확히 해 운항 경험 쌓고 보완책 마련됐을 때 교통 기능 확대해야

지난 18일 한강 여의도 선착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한강버스 출항은 한강르네상스의 정점을 찍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단언컨대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의 관점에서 한강의 역사는 한강버스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나뉘게 될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열린 한강버스 취항식에서 한 말이다.


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서울의 첫 수상 대중교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한 '한강버스'는 첫걸음부터 삐걱거렸다. 출항 전날 열린 취항식은 폭우로 시승조차 하지 못했고, 정식 출항 후 첫 주말이던 지난 20일에는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나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시민들의 기대감과 달리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안정성은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대중교통의 본질은 '누구나 언제든 예측 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에 있다. 일정한 노선과 운행 시간표를 갖추고 불특정 다수를 실어 나른다는 점에서 한강버스는 대중교통의 정의에 부합한다. 하지만 기상 상황에 따라 배가 뜰지 말지가 결정되는 구조는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육상 교통수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출퇴근 보완재'라는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실제 이용자들은 예측 가능성과 정시성을 확보하지 못한 한강버스를 대중교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선착장 접안과 승하선 과정에서 매번 10분 안팎이 지연되며 시간표대로 운행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조건이라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제쳐두고 한강버스를 출퇴근 수단으로 택할 승객은 많지 않다.


운행 속도와 효율성에서도 문제는 드러난다. 서울시는 애초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수상교통을 검토했지만, 현재 한강버스 노선은 김포를 거치지 않는 마곡~잠실로 축소됐다. 또 기존 75분(마곡↔잠실 기준)이 소요된다던 일반 노선은 127분이 걸린다. 기존 계획보다 50분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시민 인식도 이미 '대중교통'보다는 '유람선'으로 기울었다. 실제 탑승객 상당수는 출퇴근 목적이 아니라 나들이 삼아 한강 풍경을 즐기러 나온 경우였다. "한강 풍경을 즐기며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지만 "출근길에 한강버스를 타긴 어렵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그렇다고 한강버스의 시도 자체가 의미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한강을 생활 속 교통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실험은 필요하다. 그러나 출퇴근 보완재라는 목표와 관광 자원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잡겠다는 욕심은 한강버스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교통수단으로 믿고 선택하려면 첫째도, 둘째도 '정시성'이 담보돼야 한다. 지금처럼 비가 오면 멈추고, 접안 시간이 지연돼 운행이 늦어지는 시스템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서울시는 한강버스에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하려 하기보다 초기에는 한 가지 성격을 분명히 하는 편이 낫다. '교통'보다는 '관광·레저'로 방향을 잡아 안정적인 운항 경험을 쌓고, 이후 시민 수요와 기술적 보완책이 마련됐을 때 교통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순리다.


한강버스는 새로운 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매일 믿고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한강버스가 진정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서울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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