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론' 재확인한 정동영…李정부 외교·안보 라인 엇박자 심화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9.26 00:20  수정 2025.09.26 00:22

남북 특수관계 운운 '국제법상 두 국가' 강조

안보실장·통일장관 엇갈려…"소모적 논쟁"

고농축우라늄 2000㎏…核 100개 가능성

"9·19 합의 복원 전이라도 훈련 중지해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또다시 '두 국가론'을 꺼내들었다. 정 장관은 남북을 '사실상의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 두 국가'라고 규정하면서도 "영구 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서울대 통일연구소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적게는 50∼60% 국민이 북한을 국가라고 답한다.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 그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도 현실적으로 두 국가고 잠정적으로 통일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특수관계 속에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남북기본협정 체결'도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사실상 북한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발언을 정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복한 셈이다.


문제는 외교·안보 라인의 기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불과 이틀 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뉴욕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남북 관계는 통일이 될 때까지의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불과 며칠 사이 고위 당국자 간 발언이 엇갈리며 정부의 대북 기조가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정 장관은 이를 "소모적이고 갈등적인 국가성 논쟁"이라고 치부했지만, 국민에게는 정부 핵심 당국자들조차 입장을 통일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어 통일부와 국방부·외교부·국정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 "용광로에 의견을 녹여내서 대통령이 제시한 교류 대화를 빨리 복원하는 것, 관계정상화 추진하는 것, 비핵화 추진하는 것을 위해 한팀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이 밝힌 대화와 교류를 어떻게 복원하느냐, 그리고 오래된 꿈인 4강의 교차 승인을 완성해 북미수교·북일수교를 만들어 내느냐가 우리 앞의 실천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을 위한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실행 방안이 우리 정부에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의 시각은 비핵화 문제에서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는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가 4곳에서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학자연맹(FAS) 등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은 2000㎏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핵무기 1기를 만드는 데 고농축우라늄(HEU) 15~20㎏ 정도가 소요되기에 2000kg로는 최대 100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제재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북 정상회담만이 돌파구라고 단언했다.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기조와는 거리를 두고 '북한이 원하는 정상회담'을 해법으로 제시한 꼴이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 조치에 관해선 "9·19 합의가 복원되기 전이라도 군사분계선 일대 사격훈련과 실기동훈련을 중지하는 것이 맞는다는 게 통일부의 입장"이라며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군을 압박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국방부와의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동맹국인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도발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기와 메시지가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정 장관이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복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외교·안보 라인의 불협화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특히 정부 내 외교관 중심의 '동맹파(헌법과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을 토대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각)'와 '자주파(한국이 독립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남북관계는 대외적으로는 두 국가관계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며 "두 고위 당국자의 강조점에 대해선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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